♣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女子의 이름으로♣

드디어 직업전선에 뛰어들다

bell-10 2001. 6. 17. 21:10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직업전선에 나서게 됐다.
그것도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규직으로.

칼럼 70호 글에서 이미 밝혔다시피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구직을 포기하고 지냈다.
그런데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 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가까운 친구가 수원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 키우면서 만난 엄마인데 생각도 건전하고
정말 무엇이든 한다면 하는 엄마라 그녀를 잘 아는 우리들은
항상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지내는 그런 친구이다.

언젠가 식당을 해야겠다 하더니 조리사 자격증을 단번에 따냈고
IMF 여파로 식당을 그만두고 컴퓨터학원에 다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격증도 따고 캐드로 취직도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때는 컴퓨터는 그저 젊은 아이들만 만지는 물건인줄 알던 때였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을 보더니 자신도 어려운 처지이면서
회사에서 그만두라는 말도 없는데 스스로 봉급 받기 미안하다며 사직을 해서
또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 다음 지금의 일을 배우더니
삼년 전 아예 개인사무실까지 내고 열심히 일하는 그런 친구다.

그 친구가 하는 사무실 여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친구가 처음 사무실을 내면서부터 일을 봐달라고 부탁을 했었지만
매일 출근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절대 못한다고 했었다.

여직원이 바뀔 때마다 내게 SOS를 쳐대던 친구를 계속 외면했었는데
이번에 그만 둔 여직원 대신 사람을 구하다 못해
일단 내가 도와주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대신 주 5일 근무에 가끔 개인볼일을 봐도 좋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달고서.

첫 출근한 날.
이 나이의 나를 필요하다고 불러준 친구사장님을 위해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기분으로 청소도 하고 전화도 받고 서류도 작성했다.
혼자서 배운 컴퓨터지만 웬만한 문서정도는 꾸밀 줄 아는 덕에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장부정리가 마음에 걸렸는데
가계부 쓰듯이 입출금을 정확히 적으면 된다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드디어 취직은 했지만 그 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어떻게 정리한담?
당장 매주 모여 스트레스를 풀던 하프 팀에서 난리가 났다.
토요일로 하면 참석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해뒀지만 아무래도 앞으론 힘들 것 같다.

어디 그것뿐이랴.
아이 셋에 딸린 엄마들 모임만도 네 개.
그저 모임이 아니라 수년동안 모아둔 돈이 수월찮아 빠질 수가 없는 그런 모임이다.
그밖에도 이일 저 일들.....

아이고, 모르겠다, 어찌 되겠지.
이러다 배째라 족이 되지나 않을까?
아무튼 얼른 업무파악을 한 후 방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원래 사람 좋아하는 내가 그 좋은 사람을 못 만난다면
언제라도 이 직장을 그만둘 마음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십년 만에 이왕 이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했으니
'나이 많은 아줌마라 별수 없구나'란 소리는 듣지 않아야지 하는 각오다.
친한 친구와의 일이니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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