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녁 설거지를 하는데 주방 가까운 방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니 작은딸 목소리다.
근데 지 동생을 타박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고무장갑을 낀 채로 방문을 열었다.
작은딸은 작은상에 책을 펴놓은 채고 아들은 벽에 기댄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
"....."
두녀석 다 묵묵부답이다.
하던 설거지를 마저 해놓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묵묵부답인 아들녀석과는 달리 작은딸이 "규동이에게 물어보세요."했다.
아들에게 물었다.
"왜? 무슨일인데? 엄마한테 말해봐~."
그래도 고개만 숙이고 있는 아들.
슬슬 답답해지려고 한다.
그때 작은딸이 하는 말, "자기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도 용기있는 일이야!"
지 동생보고 하는 소리였다.
그러니 더 궁금할 수밖에.
우물쭈물하는 아들을 지 방으로 데리고 가 살살 달래 물어보았다.
이젠 머리 컸다고 윽박지르면 더 입을 다문다.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살살 구슬려야 하니 이젠 엄마 노릇도 힘들다.
이야기는 이랬다.
며칠전부터 지 동생 책상에서 낯선 책이 보이길래 지 누나가 물었단다.
이책 웬거야?..
친구한테 빌렸어...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말투가 수상해 다그쳤더니 친구에게서 샀다고 했단다.
그래서 지 누나가 첨부터 샀다고 하지 왜 빌렸다고 거짓말하느냐며 꾸짖었던거다.
친구에게 반값에 샀다는 그 책은 요즘 녀석이 빠져있는 게임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이건 반값에 살만한 책이 아니었다.
완전히 손때 하나 묻지않은 새 책이었고 더욱 자세히 살펴보니 수상한 것이다.
서점에서 샀다면 당연히 찍혀있어야 할 확인도장이 없었다.
혹시?
너무 갖고 싶어서 아들녀석이 서점에서 훔친건 아닐까??
아니면 친구가 훔친 책을 우리 아들이 산 건가???
혹시나해서 책을 판 친구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랬더니 모른단다.
자기반이 아니라서 어디 사는지 아파트만 알지 동호수도 모른단다.
그런 녀석에게 어떻게 책을 샀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냥 샀단다.
그것도 책값을 여러 번에 나눠서 주기로 하고.
그 친구하고 잘 아는 친구에게 꼭 전화번호를 알아오라고 시키기는 했지만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말도 없는 녀석이다.
지 누나는 이제 그만 모른 척 하라고 말하지만 녀석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하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들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녀석을 앞세우고 그 친구녀석을 찾아 나서야 하는지...
목소리도 걸걸해지고 키도 이제 나보다 훌쩍 더 자란 아들녀석.
키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 어찌 하나...
엄마는 지금 심각한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