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아주 더울 때나 추울 때와 비오는 날은 빼고
가까운 곳에 매주 토요일 오후면 알뜰벼룩시장이 선다.
두어 번 구경만 했었는데 직접 판매자로 나설 기회가 생겼다.
겨울옷을 정리하다 보니 작아진 스키복이 눈에 띄었다.
세아이가 다 돌려 입었어도 한철, 아니 한해 두어 번밖에 안 입힌
너무 말짱한 옷이라 버리기가 아까워 계속 보관해 왔었다.
그 옷을 보는 순간 알뜰벼룩시장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참가해 보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스키복만 달랑 들고 나가기가 뭣하여 이것저것 챙겨보니 제법 가짓수가 많았다.
두딸의 콤플렉스인 굵은 다리가 더 굵어 보인다고 죽어도 안 신는다던 살색 스타킹,
친정엄마가 일하시던 양말공장에서 얻어주신 색색의 양말들,
막내시누이가 작은딸 유치원 입학선물로 사주었던 앙증맞은 꼬마가방,
컴퓨터에 사용하는 헤드폰 세트,
남아도는 탁상용 시계,
작아진 아이점퍼며 스웨터며 옷가지들,,,
은박돗자리 하나와 마실 물까지 준비해서 찾아간 벼룩시장.
이미 자리잡은 사람이 제법 많았는데도
우리가 자리를 펴려니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돗자리에 미처 전시도 다하기 전에 스타킹, 양말 등 새 물건은 다 팔려나갔다.
벼룩시장에 와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르는 일은
이렇게 요령이 필요한 일이었다.
옆자리에 자리한 젊은 엄마는 손수 뜬 손뜨게 와 작아진 꼬맹이 옷을 가져 나왔고
다른 옆자리에는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자기가 쓰던 학용품, 액세서리, 인형, 장난감 등을 가져 나왔다.
아무튼 그날 비록 스키복은 되가져 왔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함께 자리한 낯모르던 이웃들과 이야기하며 친해지기도 했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물건을 살지 말지 궁금해 조급증이 나기도 했다.
재미로 한 일도 이렇게 조급증이 나는데 생계를 걸고 하는 장사에
사지는 않고 구경만 하고 가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앞으로 시장에 가면 절대 구경만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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