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뭐든지 깜빡 깜박 잊어버리는 일이 잦다.
주위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심각하다.
해야할 일을 머리속에 꼭꼭 새겨두어도
나중에 꼭 한 두 가지가 빠지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다.
잊지않으려고 메모까지 해보지만 그 메모지조차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다.
어떤 친구는 시장에서 슬리퍼를 사긴 샀는데 집에 와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란다.
베란다에서 사용할 싼 플라스틱 슬리퍼라 대수롭잖게
어디 다른 가게에 두고 왔나보다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한참이나 지난 어느날엔가 냉장고 냉동실 생선 옆에 얌전히 있더란다.
무선전화기로 전화통화를 하고선 냉장고에 넣어두는 건 누구나 겪는 일이고
휴대폰을 세탁기에 돌리는 사람도 많단다.
가계부 적으러 그날 지출내용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봐도
지갑에서 나간 금액과 기억나는 금액은 늘 차이가 나
가계부 적기를 이미 오래 전에 포기하고 산다.
나 역시 만만찮은 건망증 소유자지만 여태까지는 비교적 잘 버티어왔다.
생각나지 않는 부분을 그냥 넘어가 버리면 뇌의 활동의 위축되어
결국 나이 들면 치매로 이어진다는 설이 있어
가능한 한 끝까지 기억해내려 안간힘을 쓰는 편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 건망증을 넘어 치매가 아닐까 싶은 사건 하나.
가까운 사람 셋이서 갑자기 저녁 약속을 하게 되었다.
가는 길목이라 두 사람을 태우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다.
맛있게 식사중인데 종업원이 찾아와서는 자동차 키를 달랬다.
식당에서는 으레 주차문제로 키를 찾는 경우가 많아
별 생각 없이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분명 차를 타고 왔으니 호주머니나 가방에 들어있지 않으면
차에 그대로 꽂아놓았을 터, 키를 꽂아둔 채로 문을 잠궜나보다하고
비상키를 종업원에게 건넸다.
한참 후에 키를 도로 건네주며 종업원이 하는 말이
"차에 시동이 계속 걸려 있대요."
맙소사~~~!!!!
키를 꽂아둔 채로 문을 잠그고 내려서 비상출동을 부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시동까지 끄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종업원이 비상키만 건네주는데도
시동은 껐는지, 다른 키는 보관중인지 물어볼 생각도 않고
저녁을 다 먹고 두 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다.
집에 가려고 주차장에 가서 차를 찾으니 세상에~~~!!
당연히 시동이 꺼져있을줄 알았던 차가 그때까지 부릉부릉 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차요원이라는 사람은 한술 더 떠서
"일부러 시동을 걸어둔 줄 알고 계속 걸어두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겨울도 아닌데 왜 시동을 걸어두었는지 물어보기라도 하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비애국적인 일인가,,,,
아무튼 내 건망증도 이젠 극에 달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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