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작은 행복

bell-10 2002. 12. 6. 13:15
오늘이 아들 생일이다.
말썽부리는 걸 생각하면 국물도 없다 싶었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신경이 쓰였다.

어제 퇴근길에 할인매장에 들러 잡채랑 동그랑땡 재료를 샀다.
미역국과 잡채는 식구들 생일마다 빠지지 않는 메뉴지만
동그랑땡은 손이 많이 가 자주 해먹지 못하는데
아이 셋이 모두 좋아한다 싶어 만들어 보기로 작정했다.

돼지고기 한 근에 두부 반모, 파, 당근 등을 섞어 속을 만들어놓고
반은 깻잎에 싸서 계란물을 묻혀 지졌고
나머지 반은 동그랑땡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깻잎이 들어가는 음식은 잘 안 먹는 편인데
희한하게도 김밥에 넣거나 동그랑땡을 싸면 잘먹는다.
동그랑땡을 기름에 지지는데 작은딸이 이게 무슨 맛있는 냄새냐며
제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엄마, 제 생일날에는 이런 거 안 만들어 주셨으면서,,"하면서
가자미눈을 치켜 뜬다.
또 옆에 버무려 놓은 잡채를 보더니
"내 생일날 잡채는 색깔이 이상했는데,,,"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작은딸 생일날 잡채에는 파란나물(시금치)이 빠졌었다.
사러가기 귀찮아서 있는 재료만 가지고 만들다보니
색이 이쁘지않고 허여멀건한 잡채가 되고 만 것이다.

말로는 딸 아들 차별 않고 키운다는 엄마가 그럴 수 있느냐며
이건 성차별이라고 조잘대는 작은딸.
뒤늦게 귀가한 제 언니랑 입을 맞춰서 더욱 조잘거린다.

엄마에게 서운함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털어놓더니
결국 제 동생에게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해주셨으니 생일 선물 없다!!"로
치사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더 치사해지기로 했다.
"생일은 아이 낳느라 힘든 엄마가 잘 먹어야 되는 거 아니야?
이거 다 엄마가 먹을 거야. 아침에 다 못 먹으면 회사에 싸 가지고 가서 먹을 거야!!"
"그게 말이 돼요?"하며 낄낄거리는 두 딸.
머리가 커지니 엄마 말이 도무지 먹히지를 않는다.

아무튼 이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해가면서 동그랑땡을 다 만들었다.
지져내는 음식을 엄마에게 들킬세라 잽싸게 손으로 집어들고
방안으로 도망치는 아이들, 그만 먹으라고 소리지르는 엄마,,,

모처럼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저녁이었다.
이런 게 행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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