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에미 마음

bell-10 2002. 11. 13. 10:22

"좀 가만있지 못해!!"
"그만 뛰어다녀!!"
"아랫집 시끄럽다, 조용히 해!!"
조금도 가만있지 못하고 설쳐대는 아들에게 늘 하는 잔소리다.

그런데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진다 싶어
아이를 쳐다봤더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있다.
이마를 짚어보니 뜨겁다.
체온계 막대기둥이 39도를 오르내리고 기침소리가 제법 심하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도 꼭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 아픈지 모르겠다.
우선 집에 있는 해열제와 시럽을 먹였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해열제 덕인지 잠깐 생기가 도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열이 올라 춥다며 이불 속을 파고든다.

아이의 기침 소리에 가슴이 메었지만 감기로 응급실 가봐야
의사다운 의사도 없이 아이만 고생시킨다 싶어
얼음찜질로 열을 식히며 토요일 밤을 꼬박 뜬눈으로 지샜다.

일요일 아침 수소문해서 동네 당직병원을 찾았다.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먹여서인지 낮에는 많이 좋아져 컴퓨터게임까지 했다.
하지만 그날 밤 역시 아이의 컹컹 울리는 기침소리와
올랐다 내렸다 하는 열 때문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리곤 다음날 아침.
아무래도 학교를 보내기는 무리일 것 같아 가지 말라고 했더니
콜록거리면서도 기어이 학교를 가겠다고 우기는 아들이다.
'웬일이야? 공부하고는 거리가 먼 녀석이 기특도 하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날이 바로 11월 11일, 아이들이 말하는 뻬뻬로 데이였다.
용돈을 털어 여자친구들에게 줄 뻬뻬로를 잔뜩 사다놓은 녀석이
그걸 주고 오겠다는 생각에 아파도 학교를 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그 날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이 학교를 가서는
여자친구들에게 뻬뻬로를 주고 온 우리 아들.
지가 준 만큼 또 받아와서는 뒤늦게 엄마와 누나에게까지 생색을 낸다.
싹을 보면 안다고 이다음에 지 마누라밖에 모를 녀석이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면서
'공부하고 싶어 학교 가겠다는 소리는 언제나 할까,,, ' 걱정했다가
'공부고 뭐고 건강하게 커주었으면,,,,' 마음을 바꿔보기도 한다.

건강할 땐 공부도 잘했으면 싶고, 아플 땐 공부가 문제냐 싶은 것이
변덕스런 에미 마음인 것을,,, 아들아, 너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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