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생일상 안차리기

bell-10 2003. 3. 3. 14:28
조금 마른 체구지만 여태 건강하게 살아왔는데
지난해 가을부터는 감기에 자주 걸리고, 괜히 피곤하고 해서
종합검진이란 걸 받았다.

하필이면 검진날이 큰딸 생일 바로 전날이었다.
식구들 생일 때마다 빠지지 않는 두어가지 음식을 장만하려 했었지만
검사 때문에 끼니를 거른 때문도 있고
다음날 나온다는 검사결과가 어떨지 신경도 쓰여
도저히 시장보기도, 뭘 장만하기도 내키지 않았다.

일단 저녁에 들어온 큰딸에게 넌지시 말했다.
"엄마가 이만저만해서 니 생일을 못 챙겨주겠다,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요."
요즘 한창 남자친구를 만나는 눈치더니
집에서 차려주는 생일상 따위는 별로 대수롭잖다는 듯 수월하게 대답한다.

하기야 요즘 애들 생일은 생일날만의 행사가 아니다.
친구들도 그룹마다 따로 만나서 생일을 몇 번씩 챙겨 받고 챙겨준다고 한다.

이렇게 어영부영 딸아이의 생일을 넘기기로 하고선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말했다.

"생일날 저 낳아준 엄마한테 감사하다고 챙겨 해드려야지,
낳아주느라고 힘든 엄마가 또 생일상까지 챙겨야 하겠니?
우리 집에서는 언니(큰누나) 생일이 젤 먼저니까
올해부터 생일상 없다!!"

그러자 작은딸이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규동이가 젤 불쌍하네, 언닌 20년동안,
난 18년동안 생일상 받았는데, 쟤는 12년밖에 못 받는 거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이왕이면 공평하게 하기로 했다.
올해 만 스무 살이 되는 큰딸을 기준으로 만 19살까지만 생일상 챙기기로.
나같이 얌체 같은 엄마가 또 있을까만 이것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까?

그리하여 큰딸은 지 생일날 미역국 한 그릇도 못 얻어먹고는
지 용돈을 털어 온 식구에게 만두 파티를 시켜주었다.


'♡ 엄마(친정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라인스케이트  (0) 2003.04.14
우리 아들이 부회장이래요  (0) 2003.03.17
아들아, 제발~~!!!!  (0) 2003.01.25
작은 행복  (0) 2002.12.06
에미 마음  (0) 200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