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공부 잘해서 남 주나?

bell-10 2002. 10. 22. 08:41
지난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 학원을 다녀오던 작은딸이
집에 들어서자 말자 호들갑스럽게 "엄마~~"를 불렀다.
무슨 일로 떠드냐고 호통을 쳤지만 내용을 듣고 나서는 나도 충격이 컸었다.

딸네 학교 3학년 여학생 한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자기 집 앞 아파트 계단 참에서 목을 매어서.
매년 신문지상에서 그런 뉴스를 접할 때는
남의 일이려니 싶어 그리 놀라지는 않았는데
막상 아이와 같은 학교 학생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딸아이 말로는 죽은 학생의 동생은 공부를 잘했는데
그 동생이 있는 자리에서 엄마가 공부 때문에 잔소리를 했더니
그냥 슬그머니 집을 나간 후 목매 죽은 것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 작은딸까지는 입시를 거쳐 진학을 했기 때문에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이라면 정말 자랑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는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 취급을 받고 있는데
그 동생이 공부를 보통 잘한 게 아니었나 보았다.

엄마의 의도는 아이에게 자극을 줘서 잘하게 하려고 하는 말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말 죽고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상처가 되고 만 것이었다.
그 학생의 엄마,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한들,,,,,,,

엄마들이 잔소리를 하다가 열이 오르면 하지 않아야 좋을 소리까지 하게 된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끼리 뿐만 아니라 남의 잘하는 아이들 이야기까지 들먹이며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이 어디 한 두 번뿐이었으랴.

아무튼 그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면서 딸아이가 덧붙였다.
"엄마, 나한테 공부, 공부하지 마세요. 그러면 나도 몰라요~~"
"야! 그걸 말이라고 해? 엄마 같으면 죽을 생각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
바보같이 죽기는 왜 죽어. 그리고 엄마가 대학가냐? 잘하면 너 좋지, 엄마 좋으냐?
니 인생이니 니가 알아서 해. 엄마한테는 공부 '공'자도 꺼내지 마!!"

괜히 한마디 덧붙였다가 따발총처럼 쏟아지는 제 엄마의 말을 감당하지도 못하고
얼른 제방으로 피해 들어가 버린 딸.
'짜아식, 혼났지??'

이제 수능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자기 실력이상의 성과를 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의외로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6년, 중고등학교 6년, 12년 동안 죽자고 해온 공부의 성과를
수능시험 단 한번만에 결정지어야 하는 현행 입시제도.
수능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지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

올해 수능 치르는 조카아이와 수많은 수험생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동안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주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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