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학교 다니지마!!!

bell-10 2002. 10. 2. 00:58
컴퓨터에 붙어 앉아 오락에 열중인 아들 녀석에게 물었다.
"너, 숙제 다했니? 오늘 할 일은??"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인 아들.
저녁 아홉시가 가깝도록 숙제는커녕 놀기만 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빨리 안 할거야!!"
그제야 일어서더니 책상에 앉아 이것저것 뒤적인다.
그리곤 하는 말이 국어 문단나누기가 숙제인데
어느 글의 문단을 나누라는 것인지 선생님께서 안 적어줬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하니 아까 짝꿍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그 아이 역시 어느 글인지 안 적혀있다고 했단다.
두 놈이 똑 같은지 아니면 우리 아들이 둘러대는 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애에게 확인해보자니 아들을 너무 못 믿는 엄마 같아 참고 말았다.

반장에게 전화 걸어 물어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반장 아이는 정확히 무슨 글인지 알고 있었다.
알림장을 적으면서 떠들거나 장난치느라 미처 못 적었으면서
내내 선생님이 적어주지 않았다고 우기는 아들.

그런데 숙제를 하러 들어갔던 녀석이 곧바로 나왔다.
그리곤 하는 말이 "국어책을 안 가져왔어요...."
무겁다고 학교사물함에 책을 넣어두고 책가방 속에는 필통만 넣어 다니더니
숙제해야할 책까지도 그냥 두고 온 것이다.

"너, 학교에 뭐 하러 가니?"
"공부하러요"
"공부하러 가는 녀석이 숙제가 뭔지도 몰라? 그리고 선생님이 안 적어 주셨으면
반장은 어떻게 알어? 선생님이 반장에게만 귓속말로 알려주셨대??"
"진짜 안 적어주셨는데....."
그래도 제 말이 맞다고 볼멘 소리를 해댄다.

"내일부터 학교 다니지마!"
"???"
"공부하기 싫은 녀석이 학교는 뭐 하러 가. 선생님만 힘들게 하지"
"학교 갈 거예요"
"학교 가지마, 하기 싫은 공부 일찌감치 그만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봐"
"싫어요"
"왜? 공부 잘하니 못하니 소리도 안 듣고 얼마나 좋아, 가지 마!!"

말도 안 되는 엄마 소리에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는 아들.
안 울려고 눈을 위로 치켜 뜨는 그 모습이 또 애처로웠지만
이번엔 강경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절대 학교 안 보낼 거야!!"

학교 가겠다는 소리를 여러 번 해도 대꾸 없는 엄마 말이 진짜라고 생각했는지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러간 아들.
자는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니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꿈에서도 엄마에게 혼나는 꿈을 꾸는 건 아닌지.......
벌써 5학년 2학기인데 언제 철이 들래나.............
공부를 하든 안 하든 학교는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이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최소한 기본은 해야 할텐데....
휴..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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