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더운 여름.
장마도 일찍 물러가고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삼복더위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십 수 년만의 폭염이다.
폭염을 이기지 못해 사망에 이른 할머니, 일주일 넘도록 사람체온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되어 불가마였던 밀양, 더위를 피해 물을 찾은 사람들의 연일 익사사고 소식들...
그래도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뉴스다.
아이스크림 빙과류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선풍기는 물론 값비싼 에어컨마저 동이 났다.
이 불경기에 관련업체에서는 휴가도 반납하고 밤을 새워 일을 하고 있단다.
너도나도 장만한다는 에어컨이지만 우리집엔 아직 없다.
여름 한철 쓰자고 작지 않은 크기의 물건을 나머지 계절 동안 밀봉해둔 채로 거실 한쪽 구석에 세워두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일 큰 이유는 선풍기의 열배가 넘는다는 전기요금이 겁나서다.
물론 에어컨 자체의 만만찮은 가격도 결코 손쉽게 장만할 물건이 아니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집은 15층 아파트의 14층인데다 앞뒤가 다 트여서 문을 열어놓으면 맞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거실 천정에 달린 선풍기를 틀고 방마다 선풍기를 틀면 견딜만하다.
좁은 집에 여섯 식구가 부대끼고 살다보니 체감온도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그럴 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우리집 빙수기.
어느날 카드 마일리지 포인트가 5년이면 자동으로 소멸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몇점 안되는 점수지만 뭘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쇼핑몰을 구경하는데 자동빙수기가 보이는 것이었다.
내점수면 구입이 가능해서 망설이지 않고 신청을 했다.
저녁이면 온 식구가 둘러앉아 팥빙수 파티를 연다.
비록 선풍기와 빙수기로 폭염을 이겨내야 하는 형편이지만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여름을 이기고 있다.
우리 식구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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