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女子의 이름으로♣

잃어버린 사람 잘못이 더 크다

bell-10 2004. 7. 12. 17:08


동대문시장엘 갔다.

불경기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한산한 시장.

 

몇년전에 왔을 때만 해도 너무 복잡해서

지나다니려면 사람들과 부딪치기 일쑤였는데

손님보다 가게사람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한산해 보였다.

물건 구경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지하상가에서 필요한 몇가지를 구입했다.

커텐봉, 뜨게실, 재봉도구 등.

그런데 실가게에서 실을 사려다 너무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실을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이 안보이는 것이었다.

가방속과 물건 담아둔 까만 비닐봉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지갑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아이쿠, 내 지갑~~"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지갑속에는 그날 장보려고 넣어간 돈도 돈이거니와
내 신분증, 카드, 중요한 메모 등등 나의 모든게 들어있었다.

 

내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던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잘찾아보세요."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뒤져도 없는 내 지갑.

 

순간 방금전에 기웃거리다 간 젊은 여자 둘이 생각났다.
'분명 그 여자들이 가져갔구나.'하는 생각에 그 여자들이 가는 길을

마구 뛰어가서 "잠깐만요~~!!"하고 불러세웠다.

 

영문을 몰라하는 그녀들.

'지갑이 없어져서 죄송하지만,,"하는 말을 함과 동시에 다짜고짜

그녀들이 들고있는 봉지 속을 헤집었다.

 

어이없어 하면서도 "보세요."하며 봉지를 보여주는데 지갑은 없었다.

예의고 뭐고 없이 등에 메고있는 가방까지 들여다 보자고 했으니,,,

 

기막혀 하면서 나를 쳐다보던 그중 한 여자의 말.

 "아줌마, 그 옆에 끼고 있는거 지갑 아녜요??"

 

세상에~~

겨드랑이에다 지갑을 낀 것도 모르고 잃어버렸다고 새파랗게 질려서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았으니 실수도 그런 실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기에 그정도로 끝났지  성질있는 사람같았으면

멀쩡한 사람 도둑으로 몬다고 난리를 쳤을거다.

 

정신을 차려보니 값도 안치른 실을 담은 봉지가 손에 들린 채였다.

가게로 되돌아가니까 그 가게 주인은 주인대로

내가 막 뛰어온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여자가 지갑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물건값도 안내고

그대로 도망갔거니,, 생각하는 듯이.

 

내가 다시 돌아오니 가게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원래 잃어버린 사람 잘못이 더 크다고 했다.

애꿎은 사람 의심하게 되는 잘못이 큰거라며.

 

지갑 잃어버렸다고 난리를 친 시간은 고작 5분여.

그 5분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간 날이었다.

 

휴~~ 앞으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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