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女子의 이름으로♣

때 아닌 물난리

bell-10 2006. 9. 28. 10:47

 

고압전선 화재의 첫 발화지점이 정수장이어서 단수가 된 줄 알았다.

정수장 전기가 끊어졌으니 당연히 물 공급이 중단되었겠지.

전기만 복구되면 물이 나오겠지.

 

어제 아침부터 수도물이 나오지 않아도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퇴근해서 집에 가보니 그때까지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엊저녁, 오늘아침 설거지 거리가 씽크대 가득인데 이거 참 큰일났군!!

 

새벽에 남편이 길어다준 두 통의 약수로 먹고 씻고 내려보내고(?) 하기엔 어림 없는 일.

도대체 물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낮에 수도사업소에 전화라도 해볼 걸...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니 늦는다고 했다.

할 수 없지, 일단 저녁부터 먹고보자.

아들과 둘이서 있는대로 저녁을 챙겨먹었다.

 

학원 간 아들이 돌아오더니 "엄마 바깥에 소방차가 와 있어요." 했다.

"왠 소방차??"

"사람들한테 물 주나봐요."

"그래???"

 

후다닥 일어나서 아들과 둘이서 약수통을 들고 나갔다.

세상에~

나만 아무 것도 모르고 연속극에 빠져있었지, 온 동네 사람들이 난리였다.

어른아이 할 것없이 작은통 큰통 모두 동원해 바쁘게 물을 나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보니 퇴근길에 이상하게 골목길이 군데군데 젖어 있더라니...

드드륵 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리더라니...

낮부터 소방차, 급수차가 동원되었고 나르다가 흘린 물로 골목이 젖어 있었던 것이었고

무거운 물통을 핸드카에 실어 나르느라 드르륵 소리가 계속 났던 것이었다.

 

늦게나마 물 공수에 뛰어든 우리 모자.

죽을 힘을 다해 물을 날랐다.

힘은 들었지만 통마다 가득차는 물을 보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나 어릴 적엔 집집마다 수도가 없었다.

동네 공동수도에서 물을 긷느라 줄을 섰었고 양동이에 받아 물지게로 져 날랐었다.

양동이에 뚜껑이 없어서 양동이 윗부분을 가로지른 나무막대에 지게의 고리를 걸어 나르면

물이 출렁여 넘치기 일쑤였다.

물을 덜 넘치게 하려면 더욱 빠르게 걸어야했다.

그때 물지게를 지고 바삐 걸으시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

참 아련한 추억이다.

 

물통마다 물을 채워놓고 흐뭇한 마음으로 뉴스를 보니 정수장때문에 단수가 된 게 아니었다.

고압전선이 불에 타 떨어지면서 땅속에 묻혀있는 수도관에 충격을 주었고 그 충격에 의해

가장 약한 부분의 수도관이 파손되어 물이 새버렸다는 것이었다.

새는 수도관을 고치려니 단수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한 두 군데가 아니니 언제 정상화될 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지만 통마다 가득찬 물을 보니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채우느라 어젯밤 얼마나 용을 썼는데...

 

순간의 사소한 부주의가 너무 많은 피해를 불렀다.

이번 경우에도 공사 안전수칙만 지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순간의 실수로 가해자가 된 크레인 기사는 물론 인명피해, 재산피해를 당한 사람들까지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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