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그런 사고방식을 주입 받았기에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시댁 일이든 친정일 이든 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시댁에 들러 어른들부터 찾아 뵙는다.
어쩌다 꼭 가야할 친정 일이라도 항상 시댁을 먼저 들렀다.
큰딸 하나만 키우던 결혼 초 시댁에 갈 일이 있었다.
아이가 말을 못할 때니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를 거라는 생각에 친정부터 들렀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그러면 못쓴다" 한마디 하셨고 엄마께서는
"저기 뒷동네 어떤 새댁이 너처럼 친정 먼저 들린 걸 시댁에 들켜서 혼났단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하시며 걱정을 하셨다.
자나깨나 보고싶던 부모님이었건만 정말 물 한잔 제대로 마실 시간도 없이
쫓기다시피 시댁을 향했던 그때, 나 자신 딸인 게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
그후론 친정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항상 시댁부터 찾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어쩌다 한번 반란(?)을 일으켜
살짝 친정부터 찾았을 때의 그 쾌감이란,,,,,,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부모님들의 애타는 모습에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친정에 가도 되었으련만
왜 그러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혼자서 친정만 다녀올 때도 있다.
아버지 제사라든가, 엄마생신 날 정도에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꼭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신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할 테니 아예 아이들까지도 모르게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 엄마가 된다.
애들 두고 잠깐 나간 것이 아니라 대구에 몰래 다녀갔다면
내가 시어머니라도 기분이 좋잖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사실 말씀드린다고 뭐라 하실 것도 아닌데 좋은 게 좋다는 나 혼자의 판단으로.
지난주 친정아버지 제사를 동생네서 했을 때 대구 아닌 울진이기에 마음놓고 갔었다.
돌아와서 안 일이지만 그날 저녁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단다.
아이들도 엄마가 아빠와 함께 외삼촌댁에 갔다고 말을 했단다.
하필이면 이때 전화하실 게 뭐람.
바로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몰래 살짝 친정 다녀오려다가 그만 들켰네요"
"그래, 내가 심술궂은 시에미 노릇 하느라 때맞춰 전화를 했구나,
잘 다녀왔느냐, 사돈은 편하시더냐,,,"
대구를 지나쳐서 가는 곳이 아니었기에 죄송한 마음이 덜했다.
친정이 멀어야 한다는 옛이야기는 친정에 자주 가지 말라는 시댁입장의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이야 오히려 친정이 가깝고 시댁이 먼 시대겠지만
이번의 내 경우는 친정(동생네)이 멀었기에 마음놓고 다녀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댁에 가본지도 한참이다.
이번 방학엔 수험생도 없고 하니 며칠 다녀와야겠다.
시댁에도 친정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