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헌혈을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런 물음에 "네"라고 답할 사람이 많을까?
아님 나처럼 "아니오"라고 답할 사람이 많을까?
태어나서 한번도 헌혈해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스스로 기꺼이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하거나
또는 어떤 동기에서건 헌혈에 동참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일전에 헌혈을 많이 했다는 어떤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지금 서른중반의 나이인데 고교시절 호기심에 시작한 헌혈이
지금까지 일 백하고도 서른 회를 훨씬 넘은 사람이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야 헌혈할 수가 있다니 대략 15년 동안을 헌혈기간으로 보면
일년에 8회 정도, 45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헌혈해온 셈이었다.
나도 처녀시절 헌혈을 시도해 본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체중미달로 자격부족이었고 지금껏 그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니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헌혈하기가 겁이 난다.
어릴 때 아파서 병원을 찾게되면 주사가 맞기 싫어 울며불며 떼를 썼다.
심지어 동네단골 병원 의사선생님보고 '당신이 뭔데 내게 주사를 주느냐'며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해서 엄마께 혼난 기억도 있다.
그런데 헌혈 주사바늘은 그 굵기가 보통이 넘어 주사바늘 중에 제일 굵다고 한다.
사실 말이지, 안 할 수 있다면 안하고 싶은 것이 헌혈이었는데
체중미달로 안 된다니 얼씨구나 좋을 수밖에.
그래놓고선 친구들에게는 '헌혈을 해라, 나도 하고싶지만 안 된다니 어쩔 수 없다.....'
남편에게도 '그 덩치에 왜 헌혈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잔소리를 해댔다.
사실 우리 남편도 덩치만 컸지 겁이 많은 사람이다.
다른 건 몰라도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도 못 탈 정도로 겁이 많은 사람이다.
자기말로는 못타는 게 아니라 재미없어 안타는 거라고 우기지만
나는 즐기는 스릴러 영화도 안보는 걸 보면
단언컨대 그런 일에는 덩치 값을 못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채혈하는 부위가 한정되어 있어 늘 주사바늘을 꽂는 자리에 또 꽂게되어
이젠 아예 굳은살이 박힌 그 사람의 팔.
모르는 사람들은 혹 마약이라도 하는 줄 오해할 수도 있는 그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하겠다는 그사람.
사실 수년 전에 자신의 한쪽 신장까지 남에게 기증한 그 사람은 종교인이다.
하지만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남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그 사람 앞에서
나는 여태 뭣하며 살았나 하는 생각에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꼈다.
수혈은 물론 각종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혈액.
혈액부족으로 우리 나라가 혈액을 수입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혈액은 살아있는 세포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어 수혈이 필요한 응급환자를 위해선
누군가 끊임없이 헌혈을 해주어야만 하는 것도 알았다.
헌혈은 곧 사랑이라고 한다.
어쩌다 헌혈의 집 앞을 지나치면 헌혈을 하고 가라는 권유자들이 있다.
그들을 귀찮다는 생각에 뿌리치거나 일부러 돌아서 간 경우는 없는가?
행여 내 가족이 응급한 경우 혈액이 부족해 제때 수혈을 받을 수 없다면 어쩔 것인가?
아무튼 또 다른 과제가 하나 더 생겼다.
체중을 불여서라도 꼭 헌혈 한번 해보는 것이다.
아직 헌혈해 본 적이 없으신 독자님이 계시다면 이 기회에 헌혈의 집을 한번 찾아가 보세요.
※헌혈에 대한 정보
대한적십자사 혈액수혈연구원 홈페이지 http://www.bloo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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