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女子의 이름으로♣

운수좋은 날

bell-10 2002. 5. 1. 07:56
40이 되는 해 운전면허를 땄으니 햇수로는 벌써 9년째 운전면허 소지자인 나.
장롱면허도 아니고 틈만 나면 열심히 차를 끌고 다녔고
처음부터 혼자서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다녀 버릇해서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 갈 자신감도 있는 터다.

운전에 대해 누가 그랬던가.
멋모르고 운전할 때는 겁이 없었는데 2년인가 3년 정도 되니 겁이 슬슬 난다고.
정말 그랬다.
운전을 막 시작했을 때는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끌고 다녔는데
두어해 지나니 운전하면서 '아이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 아이쿠 싶다가 끝난 적이 대부분이지만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사고도 두 번이나 냈다.
골목길에서 서행하다가 지나가던 행인을 친 일과
술마신 남편을 태우고 오던 야밤에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일.

다행히 두건 모두 큰 사고도 아니었고 또 보험으로 처리한 일이지만
보험수가 상승 분을 생각하면 남편 말대로 비싼 공부를 한 셈이었다.
그 이후로는 경적도 가끔 울리고 신호도 지켜가면서 안전운행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며칠전, 사무실 일로 갑자기 용인의 어느 곳을 가게 되었다.
그곳까지 가려면 고속도보다는 국도가 나을 것 같아 국도로 나섰다.
가는 길목인 수원시가지 8차선 도로가 그날따라 차량으로 꽉 차서
서행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잠깐 소통이 원활해 진 바로 그때.

앞차 꽁무니만 쫓아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언뜻 운전석 앞 차창에 모기 한 마리가 나는 것이 보였다.
웬 모기? 차 안? 아님 차창 밖??
머리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는 앞을 향한 채
정말 순간적으로 모기를 쫓아 시선만 한번 돌렸다 다시 앞을 보았는데
아뿔싸~~!!!
저만치 가던 앞차가 바로 코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앗! 박았구나' 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내가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차는 급정거를 했고
동시에 타이어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런데 앞차 뒤드렁크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정지를 했는데도
정말 다행하게도 부딪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밀리는 차량때문에 내려서 살피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거의 맞붙기 직전이었으리라,,,,,

그 찰나의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큰일났다, 박았다, 연쇄충돌, 남편에게 뭐라 하나,
앞차에 탄 사람은 뭐라 할까, 뒤차도 놀랐겠다,,,,,
십년감수라더니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어디 있겠으며
가슴이 철렁이라더니 정말 바닥으로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앞차를 따라갔다.

그런데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낄 일이지만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빨간 브레이크등이 들어온다.
따라서 그 빨간 등을 미리 감지하여 주의를 하기 마련이다.
내 앞차가 속도를 줄이느라 브레이크를 밟았으면 당연히 빨간 등이 들어왔을 것이고
내가 잠시 옆 눈을 슬쩍 봤더라도 고개를 다 돌려보지 않은 이상 빨간 느낌이 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앞차에서는 빨간 느낌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다음 신호등에 서서 자세히 살펴보니
차가 완전히 섰는데도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차를 완전히 세우고 기어를 중립에 놓거나 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되지만
서는 순간에는 자연히 잠깐이라도 브레이크를 밟게 마련이다.

몇 번 신호를 받고 섰어도 그 차는 여전히 꽁무니에 변화가 없었다.
슬며시 열이 올랐다.
신호등에 다시 걸리면 옆 차선으로 옮겨가서
"아줌마! 브레이크등 고쳐서 다녀욧~~!!"하면서 한마디 쏘아주기라도 하려고 별렀는데
불행하게도 다음 신호등에서 그 차는 좌회전 차선으로 미끄러져 가고 말았다.

물론 내가 옆 눈만 팔지 않았다면 미리 조심할 수 있었던 일이
자꾸 남의 탓으로 돌려졌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만하길 정말 천만다행이니 '운수대통한 날'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운전하시는 독자님들~~~
가끔 차의 앞뒤 등도 살펴보고 다니시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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