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소동이 있고 난 뒤 보름쯤 지나서인가 다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우연히 규동이 책상정리를 하다가 아이의 필통을 열어보니
만원짜리를 비롯해 100원 동전까지 여러 가지 돈이 다 들어있었습니다. 약 이 만원 가량.
다시 한번 깜짝 놀라 '정말 이제는 방법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놀다가 들어온 아이에게 돈의 출처를 물어보니 역시 엄마지갑에서 가져다가 뭐 사고 싶을 때 조금씩 꺼내 쓰던 중이었던 것입니다.
마침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가까운 곳에 안양교도소며 소년감별원이 있던 곳이라 극약처방을 마음먹었습니다.
"지난번에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도 도저히 너 혼자서는 도둑질하는 버릇을 고치기 힘들구나. 더 이상 너를 용서해주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지금은 엄마 돈만 가져가지만 나중에는 남의 것도 훔치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들이 도둑 되지 않도록 하려면 하는 수 없다.
가자!"하고서는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하는 아이를 끌고 나왔습니다.
엄마의 태도가 너무도 단호해 보였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소리 없이 울면서 따라오던 규동이가 소년감별원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자
한마디하더군요.
"엄마, 나중에 이사가고 나면 꼭 데리러 와 주세요."
한달 쯤 후에 이사가기로 되어있던 터라 이사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이사가는 것만 알던 아이는 제깐에 큰 걱정이었던 거죠.
마음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야멸차게 한마디했습니다.
"잘됐지 뭐, 말썽부리고 도둑질하는 아들을 엄마가 안 보고 안 키워도
되니까."
규동이는 울면서 거듭 말했습니다.
"엄마, 꼭 데리러 와주세요."
감별원 정문 옆의 커다란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안내문(어떤 사람이 오는 곳이며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곳인지 설명되어 있음)을
규동이 더러 읽어보라고 한 후 재빨리 일요일이라 닫힌 문을 흔들어 수위아저씨를 불렀습니다.
더러 저 같은 엄마들이 있는지 눈치를 챈 아저씨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아이들 문제로 엄마들이 이렇게 오는
경우가 많다, 나한테 맡겨두라"며 아이를 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잔뜩 겁을 내고 있는 아이에게 흑표지 파일을 하나 꺼내든 아저씨가 말을 했습니다.
"엄마에게 얘기 들어보니 나쁜 어린이구나.
여기는 너같은 아이를 맡는 곳이다. 자 어느 학교 다니느냐?"로 시작해서는 주소, 이름, 나이, 전화번호, 몇 번씩이나 했느냐, 아니다 더 많이
했다고 네 이마에 적혀있다는 등.
흐느끼는 규동이를 대상으로 경찰관 같이 취조를 하고 난 뒤에는 "너는 도장이 없으니까 손도장을 찍어 여기 적힌 사실을 확인해라,
엄마도 같이 손도장을 찍으세요."한 후에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이런 나쁜 아이는 이곳에서 한 달이고 일년이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때까지 감옥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나쁜 아이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들어갈 방이 없다. 어머니, 방이 나오면 곧바로 연락을 드릴 테니까 집에 데려가셔서 아이를 꼭 지키고
있으세요. 어디로 달아나면 안됩니다. 그때는 아이대신에 엄마가 들어가야 해요."
아저씨가 또다시 "잘 지켜보다가 만일 연락가기 전에 또다시 나쁜 짓을 하면 곧 바로 연락하세요. 그때는 오래 있은 아이를 내 보내고
당장 에라도 잡아올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곳의 전화번호까지 적은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며칠동안 '왜 전화가 안 오지?'하며 아이에게 자극을 주었고 지금은 새로 이사온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규동이의 도벽은 고쳐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규동이도 엄마가 연극을 했다는 것을 알 날이 오겠죠.
아이들에게 도벽이 생기는 건 크는 과정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저처럼
당황합니다.
아이의 욕구를 너무
막아도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하니 용돈도 너무 모자라지 않게 주고 원하는 것도 가끔씩 사줘가며 키워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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