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중에 둘째인 '혜지'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첫 딸을 낳은 후 두 번째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85년이 막 시작된 겨울 연탄가스를 마시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부엌이 딸린 단칸방에 연탄 보일러가 되어있었는데 구정을 쇠느라 고향에 다녀온 후 며칠 불 넣지 않던 방에 연탄을 피우고 잤는데 한밤중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잠을 깨게 되었죠.
남편과 아이하고 세식구가 같이 잤는데 방문틈으로 연탄가스가 들어왔던지 중독현상이 유독 저만 심하고 다행히 아이나 남편은 별 탈이 없었습니다.
심한 중독은 아니었는지 바깥에 나가 찬바람을 쐬고 나니 진정은 되었는데 그 후유증인지 한참동안 속이 편치 않고 이상했습니다.
며칠 참다가 안되어서 동네 병원에 가서 얘기를 하니 위궤양이나 십이지궤양 증세인 것 같다고 하며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2주정도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어도 낫는 기미가 없어 어느 날 X-ray라도 찍어 볼 양으로 종합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첨 가보느라 아침을 굶는다는 생각도 없이 밥을 먹고 갔더니 의사가 밥을 먹고 와서 오늘은 안 된다며 내일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혹 산부인과에 가 봤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산부인과를 찾아가 검사를 했더니 임신이었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큰딸에게 모유를 먹였는데 젖떼려다 3번이나 실패하는 바람에 20개월이나 되도록 수유하느라 임신이 되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위아픈데 먹는 약을 2주이상 복용하였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야기했더니 '감기약 아니면 괜찮다'라고는 하는데 초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걱정하는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임신사실을 아신 시어머니는 아들출산을 바라고 이상한 비방들을 해주셔서 마음의 부담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4개월 째인가 당시 유행하던 초음파검사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친구가 소개해준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안양에서 대구까지 통일호를 타고 혼자서 갔는데 가면서도 '이런저런 비방을 해 두었으니 설마 아들이겠지'하는 마음이 컸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검사결과는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의사의 말이 '뭐 걱정이냐, 둘만 낳으라고 소리치는 높은 양반들을 봐라, 다 3,4명은 더 두지 않았느냐, 이번에 낳고 하나 더 낳으라, 만약 없애려고 한다면 시한은 일주일 밖에 없다. 그 기간이 지나면 중절수술이 아니라 아일 낳은 것보다 더 힘들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힘없이 귀가해서 저녁에 들어 온 남편과 상의를 했더니 남편 역시 말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맏이이라 아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기에 며칠을 남편은 말도 못하고 고민만 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시어머니께 알리자고 했습니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당장 아이만 데리고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내려오너라"는 엄명을 내리시더군요.
그 말씀이 '내려와 당장 수술하자. 아들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말씀처럼 들려 그날 밤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보다 못한 남편이 '그냥 생긴 대로 낳자 우리가 결정하면 되지 않느냐' 며 저를 달랬지만 저 역시 맏며느리의 입장에서 나중에 딴소릴 듣기 싫어 다음날 시댁으로 내려갔습니다.
저를 본 시어머니께서는 당신이 정성을 들였는데도 결과가 다르다니 믿지 못하시고 몇 번이나 되물어 확인하시고는 낙심을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여자의 잘못이 아니라 남자에게 달려있는 생물학적 문제인데 왜 제가 죄송해야 되는지 모르겠더군요.
시어머님께서도 선뜻 결정을 못내리셔서 그날 밤을 그냥 지냈습니다.
이튿날 어머니께서 2층에서 내려오시더니 '아버지께 이야기했더니 아들이 아니면 당장 지우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할미가 되어서 뱃속에 든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 천벌 받는다. 얘, 낳고 하나 더 낳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하시며 말리셨습니다.
우리 어머님께서도 시누이 셋을 낳으신 후 남편을 낳으셨기에 저의 처지를 안타까워하시며 딸 둘은 괜찮다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삼복더위 지난 8월 23일 둘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초기에 약 먹은 일이 있어 걱정했는데 손가락 발가락 하나 이상 없이 건강하였습니다.
큰애는 너무 잠도 안자고 너무 울어 아이와 같이 울며불며 키웠는데 둘째딸은 젖만 먹여 놓으면 3,4시간을 자니 '이런 애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동생 때문인지 엄마를 더욱 힘들게 하는 큰애가 문제이지 작은애는 있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정말 순하니까 봐주지 울고불고 하는 애였더라면 둘째딸이라 구박덩어리였을지도 모르지요.
생긴 건 메주처럼 못 생겼지만 너무 순하고 커가면서 어른들에게 먼저 달려가 안기는 붙임성이 있어 일가친척들 모두 큰애보다 더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순했던지 아이가 열이 펄펄 39도 정도 올라도 울거나 보채지 않으니까 몸을 만져봐야 '얘가 아프네'할 정도이었고 재우고 나서 잠깐씩 시장을 다녀와도 깨서 혼자 누워 놀고만 있을 정도였습니다.
조금 커서 밖에 나가 놀 정도가 되니 저보다 더 어린애를 건방지게(?) 돌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초등학교까지의 꿈이 '고아원 선생님'일 정도로 심성이 착한 아이라고 말한다면 자식 자랑하는 푼수엄마가 되겠지요.
그런 우리 혜지가 엄마인 제가 볼 때 가슴아픈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4살 때부터 눈이 나빠 얼굴보다 큰 안경을 지금껏 쓰고 있습니다.
처음 안과 의사가 너무 어려서 안경을 써서 코뼈 발육에 문제가 생길거라더니 지금 납작코입니다.
아토피성 피부가 백일 전에 발병했는데 지금까지 잠자면서 긁적이는 건 물론 여기저기 긁어 딱지가 앉은 곳이 많고 피부약을 바르고 햇볕을 봐서 그런지 유난히 피부가 검습니다. 중3 사춘기 나이에 무척 고민이 많이 될텐데 내색을 잘 안 합니다.
키가 작습니다.
얼마전 TV를 보니 숙면을 취할 때 성장호르몬 분비가 많다는데 피부 때문에 긁적이느라 선잠을 자서인지 저도 키가 적은 편인데 저보다 더 작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키순서인 번호가 작아진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일년에 1cm도 안 크는가 봅니다.
엄말 닮아서 키도 작고 임신초기에 먹은 약 때문에 눈도 나쁘고 피부도 좋잖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뿐이랍니다.
심성이 못된(?) 지 언니는 키도 보통이고 인물도 꽤 예쁜데 하느님께서 공평하지 못하신 것도 같고요.
어른 들 말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복'이나 듬뿍 안고 태어났다면 더 바랄게 없는 에미의 심정이랍니다.

첫 딸을 낳은 후 두 번째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85년이 막 시작된 겨울 연탄가스를 마시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부엌이 딸린 단칸방에 연탄 보일러가 되어있었는데 구정을 쇠느라 고향에 다녀온 후 며칠 불 넣지 않던 방에 연탄을 피우고 잤는데 한밤중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잠을 깨게 되었죠.
남편과 아이하고 세식구가 같이 잤는데 방문틈으로 연탄가스가 들어왔던지 중독현상이 유독 저만 심하고 다행히 아이나 남편은 별 탈이 없었습니다.
심한 중독은 아니었는지 바깥에 나가 찬바람을 쐬고 나니 진정은 되었는데 그 후유증인지 한참동안 속이 편치 않고 이상했습니다.
며칠 참다가 안되어서 동네 병원에 가서 얘기를 하니 위궤양이나 십이지궤양 증세인 것 같다고 하며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2주정도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어도 낫는 기미가 없어 어느 날 X-ray라도 찍어 볼 양으로 종합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첨 가보느라 아침을 굶는다는 생각도 없이 밥을 먹고 갔더니 의사가 밥을 먹고 와서 오늘은 안 된다며 내일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혹 산부인과에 가 봤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산부인과를 찾아가 검사를 했더니 임신이었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큰딸에게 모유를 먹였는데 젖떼려다 3번이나 실패하는 바람에 20개월이나 되도록 수유하느라 임신이 되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위아픈데 먹는 약을 2주이상 복용하였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야기했더니 '감기약 아니면 괜찮다'라고는 하는데 초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걱정하는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임신사실을 아신 시어머니는 아들출산을 바라고 이상한 비방들을 해주셔서 마음의 부담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4개월 째인가 당시 유행하던 초음파검사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친구가 소개해준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안양에서 대구까지 통일호를 타고 혼자서 갔는데 가면서도 '이런저런 비방을 해 두었으니 설마 아들이겠지'하는 마음이 컸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검사결과는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의사의 말이 '뭐 걱정이냐, 둘만 낳으라고 소리치는 높은 양반들을 봐라, 다 3,4명은 더 두지 않았느냐, 이번에 낳고 하나 더 낳으라, 만약 없애려고 한다면 시한은 일주일 밖에 없다. 그 기간이 지나면 중절수술이 아니라 아일 낳은 것보다 더 힘들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힘없이 귀가해서 저녁에 들어 온 남편과 상의를 했더니 남편 역시 말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맏이이라 아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기에 며칠을 남편은 말도 못하고 고민만 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시어머니께 알리자고 했습니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당장 아이만 데리고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내려오너라"는 엄명을 내리시더군요.
그 말씀이 '내려와 당장 수술하자. 아들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말씀처럼 들려 그날 밤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보다 못한 남편이 '그냥 생긴 대로 낳자 우리가 결정하면 되지 않느냐' 며 저를 달랬지만 저 역시 맏며느리의 입장에서 나중에 딴소릴 듣기 싫어 다음날 시댁으로 내려갔습니다.
저를 본 시어머니께서는 당신이 정성을 들였는데도 결과가 다르다니 믿지 못하시고 몇 번이나 되물어 확인하시고는 낙심을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여자의 잘못이 아니라 남자에게 달려있는 생물학적 문제인데 왜 제가 죄송해야 되는지 모르겠더군요.
시어머님께서도 선뜻 결정을 못내리셔서 그날 밤을 그냥 지냈습니다.
이튿날 어머니께서 2층에서 내려오시더니 '아버지께 이야기했더니 아들이 아니면 당장 지우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할미가 되어서 뱃속에 든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 천벌 받는다. 얘, 낳고 하나 더 낳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하시며 말리셨습니다.
우리 어머님께서도 시누이 셋을 낳으신 후 남편을 낳으셨기에 저의 처지를 안타까워하시며 딸 둘은 괜찮다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삼복더위 지난 8월 23일 둘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초기에 약 먹은 일이 있어 걱정했는데 손가락 발가락 하나 이상 없이 건강하였습니다.
큰애는 너무 잠도 안자고 너무 울어 아이와 같이 울며불며 키웠는데 둘째딸은 젖만 먹여 놓으면 3,4시간을 자니 '이런 애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동생 때문인지 엄마를 더욱 힘들게 하는 큰애가 문제이지 작은애는 있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정말 순하니까 봐주지 울고불고 하는 애였더라면 둘째딸이라 구박덩어리였을지도 모르지요.
생긴 건 메주처럼 못 생겼지만 너무 순하고 커가면서 어른들에게 먼저 달려가 안기는 붙임성이 있어 일가친척들 모두 큰애보다 더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순했던지 아이가 열이 펄펄 39도 정도 올라도 울거나 보채지 않으니까 몸을 만져봐야 '얘가 아프네'할 정도이었고 재우고 나서 잠깐씩 시장을 다녀와도 깨서 혼자 누워 놀고만 있을 정도였습니다.
조금 커서 밖에 나가 놀 정도가 되니 저보다 더 어린애를 건방지게(?) 돌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초등학교까지의 꿈이 '고아원 선생님'일 정도로 심성이 착한 아이라고 말한다면 자식 자랑하는 푼수엄마가 되겠지요.
그런 우리 혜지가 엄마인 제가 볼 때 가슴아픈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4살 때부터 눈이 나빠 얼굴보다 큰 안경을 지금껏 쓰고 있습니다.
처음 안과 의사가 너무 어려서 안경을 써서 코뼈 발육에 문제가 생길거라더니 지금 납작코입니다.
아토피성 피부가 백일 전에 발병했는데 지금까지 잠자면서 긁적이는 건 물론 여기저기 긁어 딱지가 앉은 곳이 많고 피부약을 바르고 햇볕을 봐서 그런지 유난히 피부가 검습니다. 중3 사춘기 나이에 무척 고민이 많이 될텐데 내색을 잘 안 합니다.
키가 작습니다.
얼마전 TV를 보니 숙면을 취할 때 성장호르몬 분비가 많다는데 피부 때문에 긁적이느라 선잠을 자서인지 저도 키가 적은 편인데 저보다 더 작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키순서인 번호가 작아진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일년에 1cm도 안 크는가 봅니다.
엄말 닮아서 키도 작고 임신초기에 먹은 약 때문에 눈도 나쁘고 피부도 좋잖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뿐이랍니다.
심성이 못된(?) 지 언니는 키도 보통이고 인물도 꽤 예쁜데 하느님께서 공평하지 못하신 것도 같고요.
어른 들 말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복'이나 듬뿍 안고 태어났다면 더 바랄게 없는 에미의 심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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