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귀동이 이야기(2)

bell-10 2000. 5. 15. 16:22

지난 겨울방학 때의 일입니다.
큰 딸이 우연히 규동이의 지갑을 열어보다가 "엄마, 규동이 지갑에 돈이 왜이리 많아요? 다 만원짜리네."하는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라 보니 3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있었습니다.


조금 있다 들어온 규동이에게 웬거냐고 물어봤더니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길래 소리를 냅다 질렀습니다. "빨리 말 못해!"
그제서야 잔뜩 겁먹은 얼굴로 말하길, "엄마 돈 가져갔어요."


진상을 알아보니 구슬동자시리즈 장난감을 너무너무 사고 싶어 엄마 돈을 가져갔다는겁니다. 엄마에게 얘기하면 절대로 들어줄 것 같지않아 도둑질을 한거지요.
그때 엄마인 제 심정은 '이 일을 어쩌나'하는 생각에 하늘이 캄캄하고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유치원 때에도 제가 저금한 돈이라고 저금통의 돈을 엄마 몰래 1,2백원씩 가져간 걸 세차례나 발견한 후 아예 저금통(아래에 돈을 빼내는 구멍이 나 있는)을 돼지 저금통으로 바꾸고 나니 그 일은 없어졌었고 수시로 잔돈을 아무데나 둬봐도 없어지질 않아 이젠 안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바쁜일로 낮에 자주 집을 비우는 일이 있어도 규동이 혼자서 점심도 잘 챙겨먹고 문단속도 잘하길래 걱정을 안했는데 아이는 그동안 나쁜 버릇이 생긴 것이었습니다.'이건 순전히 아이를 방치해 둔 엄마 잘못이구나'하는 죄책감이 몰려와 정말 하늘이 캄캄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차츰 차츰 커진 일인 것 같아 더욱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버릇을 단단히 고치도록 해야지,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규동이에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도둑 아들은 키울 수가 없다. 전에 저금통의 동전을 엄마몰래 가져가더니 이제 이렇게 큰 돈을 가져가다니 정말 도둑이구나. 너 그동안에도 엄마 몰래 돈 많이 가져갔지?"등등.


아이에게 최대한의 공포심을 불어넣으려고 천국과 지옥도 들먹이며 아무튼 온갖 이야기를 다하고 난 후 잘못했다며 우는 아이에게 "절대로 도둑아들은 키울 수가 없다. 이 겨울에 그냥 내쫓으면 얼어죽어 버릴테니 고아원에라도 데려다 줘야겠다. 거기 가서 엄마 아빠없이 한번 살아봐라."고 냉정히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전화거는 시늉을 했습니다.
"예, 거기가 00고아원이죠? 우리 아이가 이런저런 나쁜 짓을 해서 도저히 키울 수가 없는데 보내도 됩니까? 예, 된다고요?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집에 안 보내고 계속 거기서 키우신다고요?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으니 내일아침 9시까지 오라고요?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가서 누구선생님을 찾을까요? 예, 000선생님요? 예,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 시간이후로 아이에게 필요한 말 외에는 아무 말도 안하고 더욱 냉정한 듯 대했습니다.
마침 아빠가 츨장중이라 아이와 같이 잠을 잤었는데 그날은 방바닥에 혼자 재우려다가 "오늘이 엄마와 자는 마지막 밤이다. 이제 다시는 엄마랑 못 잘테니까 마지막으로 너랑 자준다."며 아이를 껴안았더니 훌쩍훌쩍 울지 않겠어요?
마음은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다시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너 잘 생각해봐라. 너 혼자서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겠니? 없지?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고 도둑질 안할 자신이 생기면 지금이나 잠자던 중이나 내일 아침 일찍이나 아무때고 말해라. 엄마가 한번만 더 기회를 줄테니까"
고개를 끄덕인 규동이는 한참동안 잠을 못 이루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깜깜한 천장만 쳐다봤습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으며 아이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고슴도치도 자기새끼가 이쁘다는 말 이럴 때 써도 될런지요.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규동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도둑질 안하도록 참아 볼께요. 고아원에만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는 내리 이틀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린 규동이였습니다.
정말 혼이 나기는 단단히 났나보죠.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그후 얼마되지 않아 또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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