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도 가만있지 않던 아들이 갑자기 조용하다.
어딜 갔나 싶어 찾아보니 침대에 누워있다.
낮잠이라고는 자지 않는 아이인데 어쩐 일인가 싶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벌겋다.
이마 위에 살짜기 손을 얹어보니 열이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본 아이 눈에 쌍꺼풀이 선명했다.
아이쿠나, 또 아프구나.....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이구동성으로
'애가 지나치게 조용하면 반드시 무슨 일 있는 것'이라고 한다.
아프거나 아님 저지레(경상도 말로 일을 벌인다는 뜻)를 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한창 눈앞에서 뛰어 놀거나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어대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하다 싶으면 정말 무슨 일을 꼭 저지르는 중이다.
평소 엄마가 못하게 하는 일을 미음대로 하는 그 순간.
어찌 말이 필요하리요.....
하지만 저지레를 하면 한번 소리치는 일로 끝나지만
아이가 아플 때는 정말 엄마까지 마음이 아프다.
잘 놀던 아이가 병든 병아리 마냥 힘없어 하는 양을 지켜볼라치면
차라리 말썽을 피우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아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려고 하면 몇 가지 조짐이 보인다.
우선 한쪽 눈에만 있는 쌍꺼풀이 양쪽 눈에 다 생긴다.
(이럴 땐 내 아들이지만 정말 미남으로 보인다-팔불출 에미의 표상)
생전 안 자는 낮잠을 다 잔다.
아이가 고분고분해진다.....등등.
꼭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병원이 문닫는 날만 골라서 아프기 시작하는 아들.
기침 때문에 한달 가까이 병원엘 다녀도 자리에 눕지는 않았다.
놀러나가지 말라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놀러 다녀 에미 속을 썩이더니만
드디어 한계에 다다랐는지 일요일날 자리에 눕고 말았다.
에미 말을 안 듣더라도
차라리 벌떡 일어나 나가 논다고 고집부리는 편이 훨씬 낫겠다.
열에 들떠 누워있는 아들을 쳐다보는 에미 마음은
누구나 다 아이대신 아프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터.
이젠 고만 아플 때도 되었는데....
규동아, 얼른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