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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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무너지는 교육

bell-10 2001. 3. 11. 09:34



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정치, 사회, 경제, 어디 한 방면이라도 희망적인 기사는 보이지 않고
그저 아이들말로 왕짜증 뉴스뿐이다.

국민의 생존에는 아랑곳없이 밥그릇싸움만 하는 정치인들,
국민의 혈세로 이곳저곳 땜질하기 바쁜 은행들,
방만한 경영으로 하나 둘 무너지고 있는 손꼽히던 기업들,
기업을 절단 내고 도망간 대기업 총수를 잡으려고 외국에까지 파견된 체포결사대,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구조조정 속에
해고된 근로자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족까지 농성장에 대동해야만 하는 현실.......

이렇듯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수많은 기사들 중
내게 가장 절망적인 기사는 교육에 관한 소식이다.

우리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단다.
백년대계이어야 할 교육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내 나라를 탈출해 외국으로 이민 내지는 유학 보내는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단다.
이런 '우리 나라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주제의 기사들을 읽노라면
정말 너무하구나 하는 생각에 분통이 터진다.

내가 너무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교육행정이 너무해서만이 아니다.
우리교육을 불신해서 이민을 가거나 자식을 유학 보내거나 하는 사람들 때문만도 아니다.
나부터도 능력이 있다면 외국유학 정도는 시키고 싶을 정도의 교육현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지금 이 나라의 교육을 믿지 못해 떠나는 이들은 국민의 대다수가 아닌 극히 일부이다.
돈 있고 빽 있고 배운 거 많은 소위 엘리트 계층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외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

온 가족 이민은 모두 함께 떠났으니 그런 대로 어쩔 수 없다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놓고 돈버는 기계로 전락해 버린 이 땅의 아버지들.
우리 나라에서 번 돈을 남의 나라에 고스란히 보내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았는가.
이런 일부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하는
나를 포함한 나머지 대다수 부모들의 정서를.
공교육이 바로 눈앞에서 무너진다고 해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대로 함께 무너져야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우리인데 우리보고 과연 어쩌란 말인가.
앞다투어 나가는 사람들이 볼 때는 한심한 우리들보고 어쩌란 말인가.
가진 것도 특별한 능력도 없이
그저 내 집에서 내 식구들하고 사는 것만이 전부인 것으로 아는
우리들보고 어쩌란 말인가.

매스컴에서는 나가야 한다고, 나가겠다고 주장하는 일부의 이야기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다루어야 한다.
왜 우리는 남을 수밖에 없고 또 남아야 하는 지를.
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무너지고 있는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함께 의논하고 함께 아파해야 하는 것이라고.

교육예산이 부족해 올해에도 담임 없이 지내야하는 아이들.
미처 학교가 완공되지 않아 남의 학교 교실을 빌려 수업하는 아이들.
교육이 백년대계란 것을 정말 알고 있다면
가장 기본적인 교육여건은 갖춰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 많은 천문학적인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구석이 있다는데
왜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아끼고 또 아껴야 하는지.

학교교육 이외의 사교육비 등쌀에 허리가 휘어진 우리의 부모들.
내 집의 꿈도 접어버린 채 아이들 사교육에 열성이어야만 하는 부모들.
비뚤어진 자녀교육열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아직도 공교육 이외엔 생각할 여지가 없는 나 같은 서민들도 많을 텐데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쩌란 말인가.
학교교육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밝은 장래가 약속되는 그런 날이 과연 언제쯤일까?

하루라도 빨리 그날이 오도록 선도하는 역할을
바로 매스컴이 맡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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