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인라인스케이트

bell-10 2003. 4. 14. 13:14

4월 첫 일요일 이곳 안양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일명 브레이드) 마라톤축제가 있었다.
시에서 주최한 행사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고
6㎞ 정도 거리를 속도 경쟁이 아닌 완주에 의미를 둔 행사였다.

행사가 있다는 것을 어찌어찌 알게되어 우리집 식구중 유일하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인라인스케이트에 중독(?)되다시피한 막둥이 아들을 참가시켰다.

선수급 실력이 아니어선지 대회라니까 시큰둥해 하던 아들녀석도
완주후 나눠준 행운권 추첨으로 자전거 등의 경품을 나눠준다니
은근히 기대를 거는 눈치였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그래도 평소 감히 지나가기도 무서웠던 차로의 아스팔트를
신나게 휘저으며 탈수 있는게 마냥 신이 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그날 행사를 구경한 관전평이랄까,
아, 글쎄,,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어 보이는 운동이었다.

천여명이 참석한 그날 행사에는 프로급 선수들은 물론이고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타는 엄마, 아빠들, 연인인 듯 보이는 쌍쌍의 남녀,
색색의 유니폼을 차려입은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이 내눈에 그렇게 멋져 보일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오십이 되기 전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한번 배워보리라고.

그리고 어제 일요일.
아들과 함께 집근처 고수부지를 찾아갔다.
사람들이 한적한 장소를 골라 스케이트를 신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겠다고 엄마가 나선게 좋았던지
아들녀석은 스케이트까지 신겨주며 마냥 신이 난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그놈의 스케이트 바퀴는 왜그리 미끄러운지,,,,,,,,,,
도저히 한걸음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이 나이에 잘못 넘어져 골절상이라도 입는 날에는 큰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몸이 움츠려 드는 것이었다.

아들이 손을 잡아주어 겨우 한걸음 뗄 때마다 저절로 질러지는 소리.
저멀리서 야유회를 즐기던 한무리의 젊은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결국 더 한적한 곳으로 옮겨야했다.

삼십분이상 망설이고 또 망설이며 혼자서 겨우 일어서서 두어걸음 뗄까 말까한 에미에게
아들은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며 코치 노릇을 단단히 했다.
맨날 에미에게 잔소리만 듣다가 잔소리를 하는 재미를 알았을까?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탈 줄도 모르는데 재미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위험하다고 말려도 눈만 뜨면 타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학원을 갈때나 병원을 갈 때나 동네 어디를 갈 때도
이동수단으로 삼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쑤신다.
내년 인라인스케이트 축제에 아들과 함께 참석하고픈 마음은 굴뚝인데
이렇게 몸이 말을 안들으니 어쩌면 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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