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단체로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올 한해 수고 많으셨고 내년엔 더욱 복되시라는 짧은 인사를 담아.
메세지를 보내자마자 답신들이 쏟아졌다.
다들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는데 한 사람이 보낸 장문의 메세지.
그이의 지난 한 해가 많이 힘들었음을 알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발자욱을 남기듯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내디뎠던 한 해...
한뼘씩 닳아 사라지면서 더욱 빛이 나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네요.
늘 그렇듯 기쁨의 찰라와 함께
힘겹고 후줄근한 나날도 많았던 한 해
재산처럼 귀한 보물 같은 만남도 있었고
납입기간을 놓쳐버린 고지서처럼
갚지못한 마음의 빚도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내면서
이렇듯 하루하루 험준한 산을 넘어온 끝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통과의례 앞에 서 있어 봅니다.
등짐을 내려놓듯 잘 가라 옛날이여
12월의 묵은 달력을 떼어내며
어서 오라 새날이여라며
새 달력을 준비하여 봅니다
마음의 앙금을 다 털어내고 새해에는
고요하고 눈부신 첫눈같은 순간으로 맞이하도록 해요
단 한 번 뿐인 우리의 삶이잖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내 지은 죄 있었다면 죄송한 맘으로 용서도 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그런데!!
갑자기 아주 못된 생각이 슬며시 샘솟았다.
'이이가 이렇게 문장력이 있었나? '하는.
혹시나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나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문장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짜깁기를 해서라도
자신의 심정을 전하고 싶었으리라 이해해본다.
매년 되풀이하는 한 해 보내기.
시간은 끊임이 없는데
우리 인간들이 그 시작과 끝을 정하고
후회와 반성의 기회를 삼는 것일게다.
다시 못 올 2010년.
잘 가라.... 그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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