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아 내......... ♡

집 나가기(일명 家出)

bell-10 2000. 7. 2. 13:20
결혼 18년만에 처음으로 가출을 했다.
만 하루동안.
부부싸움이란 것이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사소한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매번 싸움아닌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아이들 어릴 때는 조심조심 큰 소리 안나게 싸웠는데
20년 가까이 살다보니 이젠 아이들도 안중에 없어지더니
급기야 내 사전에는 없을 것 같았던 가출이란 걸 하게 되었다.
살면서 '이혼'이란 단어를 떠올려보지 않고
사는 부부가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을터인데
모두 인내심없고 이해심이 없는데서 비롯되는 것일거다.

모질게 마음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자식들 때문에 마음을 접으면서
'새끼들 떼어놓고 집 나가는 여자들이야말로
정말 독하고 독하구나'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된 나의 가출은
수 년 전에 이혼을 경험한 친구네 집에서
"가정을 지켜라, 남편을 이해하라"등등의 잔소리만 실컷 들으며
나의 어제와 오늘을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쉼없이 울려대던 휴대폰,
엄마 빨리 오세요,라는 아이들의 문자송신들....
어른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결국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만 주고 만 것이다.
정말 이제는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만에 가출을 중단했다.

이튿날 나의 귀가를 아무말없이 받아주던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밤새 반성한 마음과는 달리 여전히
'누구때문에 내가 이러는데'하는
오기에 차 있는 나의 이기심이 스스로 밉다.
나는 정말 이해심없는 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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