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턴가 아들녀석의 머리에서 남자의 향기(?)가 났다.
말이 좋아 향기이지 정말 그토록 강렬할 수가 없다.
처음엔 안 씻어서 나는 냄새인줄 알고 쥐어박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바로 남성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사실 남편의 향기는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다.
나보다 키가 커서 내가 남편의 머리에 코를 박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혹 그런 경우가 있었다해도 그땐 내정신이 어디 가고 없었을게 분명하니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을 터~~^^*
가끔 아들녀석을 껴안고 뒹굴때면 저절로 머리에 코가 박아지고
그때마다 강렬한 남자의 향기(?)가 내 코를 자극한다.
이상하게 금방 샴푸를 하고 와도 미세하게 그 냄새가 느껴지니
남자도 여자에게서 이런 독특한 냄새를 느끼게 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각설하고,
이렇게 남자의 향기를 뿜어대던 아들이 드디어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어려만 보이던 얼굴이 제법 각져가고 코밑에 거뭇한 수염자국도 생겨 보인다.
손을 잡아보면 손아귀가 딱딱하니 여자애들 손하곤 확연히 다르다.
엄마의 호기심이 발동해서 팬티속의 변화를 물어보기도 하지만
아직 별다른 증상은 없는 듯 했다.
사실 얼마전까지 모자지간에 함께 목욕을 하기도 했는데 변화가 없었다.
남들은 다큰 아들과 목욕한다고 이상하게 여기겠지만 어쩌면
자연스런 성교육이 될 것도 같아서 어릴때부터 내가 씻기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물론 아빠와 함께 목욕탕엘 가기도 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을 때가 많고
혼자서 씻었다지만 자세히 보면 덜 씻은 자국이 눈에 보일 때가 많다.
붙들어 씻겨보면 거짓말 안보태도 누룽지 저리가라며 때가 밀린다.
아들녀석하고 씨름하고 나면 힘이 다 빠져 정작 내몸은 그냥 샤워로 마무리해야 하지만
다 씻고 난 뒤 뽀송뽀송한 녀석의 살결을 보면 얼마나 흐뭇한 지..
그런데 이제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들 녀석이 드디어 사춘기에 접어든 것이다.
며칠전 큰딸이 컴퓨터를 켜보더니 지동생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한참만에 나오더니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입력시켜 지동생이 못하게 한다고 했다.
왜그러느냐고 물어보니 '엄만 몰라도 돼요' 한마디 하고 만다.
지동생에게 누설할까봐 내게도 비밀번호를 안가르쳐주는 것이다.
근 일주일동안 딸들이 하고 나면 끄기 전에 잠깐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신통방통하게도 아들녀석은 아예 컴퓨터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는 것이다.
나중에 몰래 딸을 구슬려 물어봤더니 '사춘기 호기심'때문이라고 했다.
컴퓨터에 야한 자료가 저장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 이상한 시작화면이 자주 뜬다 싶었더니 그게 다 아들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냥 보기만해도 팝업창이 마구 뜨는데 다운까지 받았으니 바이러스가 얼싸좋다 했단다.
내 아이만 못보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니 문제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있는 어른들 때문에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초등생,
아니 유치원생까지도 이런 자료에 노출 되어 있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비껴가지도 피해가지도 못하는 성장의 필수코스인 사춘기.
우리 아들녀석 큰 문제없이 잘 넘어가주기만 바랄 수 밖에...
그나저나 이제 아들녀석 알몸 보는 일은 종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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