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엄마(친정엄마)♡

가문의 영광(?)

bell-10 2004. 11. 9. 17:34

토요일 오전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규동이 어머니시죠?"
아리따운 여성이 규동이 엄마를 찾는 걸 보니 '학습지 선전이구나' 생각하면서
"그런데요. 누구시죠?"하고 되물었다.
"저 규동이 담임인데요..."

 

그랬다. 담임선생님이셨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을까?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건가??
순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놀라지 말라는 소리를 하면서 아이가 핸드폰 이야기를 하지 않던가 물으신다.
핸드폰이라면 얼마전 성적 때문에 압수한 그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반에서 핸드폰 분실사건이 일어났는데 거기에 우리 아이가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쿵 떨어졌다.
초등시절 집안에서 일어난 나쁜 손버릇이 결국 이런 사태까지 불러왔구나....
먹고사는 게 바빠 아이한테 통 신경을 못 썼으니 모두 부모 잘못이란 생각뿐이었다.

 

무조건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월요일 학생선도위원회가 열리는데 참석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보셨다.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했다.
아니, 아무리 바빠도 무조건 가야했다.

 

선생님은 또 규동이는 사안이 경미해서 억울한 점도 있을 거라고 덧붙이셨다.

진정되지 않는 가슴으로 아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에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 집에 들렀다 온다더니
3시가 다 돼서야 나타났다.

씻고 옷 갈아입은 녀석을 불렀다.


"너, 엄마한테 할말 없냐?"
"...."
"할말 없어??"
"월요일 1시까지 학교에 오시래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다.

"왜???"
"....."
선뜻 대답을 못하는 녀석에게 속에서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구슬렸다.
"무슨 일인지 말해봐. 엄마가 알아야 학교를 가든 말든 할거 아니니."


사건이 일어난 건 2주전쯤.
아침 일찍 등교한 녀석이 건너편 친구 책상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발견하고서
꺼내서 열어봤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도로 넣어뒀다는 것이다.

 

마침 그걸 본 다른 녀석이 핸드폰을 다시 꺼내서 또 다른 녀석에게
쓰라고 주었고 그걸 받은 녀석이 8일동안 주인 몰래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냥 가지고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이것저것 사용했을 테니
요금이 많이 나온 것은 물론 현장에 있었던 세 녀석들끼리
서로 문자메세지를 주고받기까지 했으니 공범이 된 셈이었다.

 

아들 말로는 몇 번 돌려주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고는 했지만
첨부터 남의 물건을 꺼내본 것부터 잘못이며
적극적으로 돌려주게 하지 않고 쉬쉬한 게 잘못이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녀석아, 참말로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다!"

 

아무튼 월요일 학생선도위원회에 참석을 했고 그 결과
한 녀석은 다른 문제도 걸려있는지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졌고
아들녀석과 다른 한 녀석은 교내봉사 명령이 내려졌다.

 

사회봉사는 부모와 함께 3박4일 동안 꽃동네까지 가서 봉사를 해야하고
교내봉사는 1주일동안 학생부 앞에 책상을 갖다놓고 지내야한다.
수업도 전혀 들을 수 없다.

 

선생님 말씀대로 아직은 중1이라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많아 다행이다.
이번 일이 남은 학창시절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세 녀석 모두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리라.

 

아들아, 누구나 한번의 실수는 할 수 있단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되는 거 알지?
아들이 정말로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날이 반드시 있을거라고

이 엄만 믿고 또 믿을게~~~~~^^*

'♡ 엄마(친정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매지간  (0) 2005.09.12
남자의 향기(?)  (0) 2005.02.20
내신 유감  (0) 2004.08.28
해가 서쪽에서 떴나?  (0) 2004.07.02
시험성적에 걸린 경품  (0) 200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