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女子의 이름으로♣

약속

bell-10 2005. 1. 28. 19:59

지난 일요일 드디어 식당을 접었다.

다섯달만의 일이다.

120평 250석 규모의 식당을 요즘같은 불경기에서 꾸려간다는 건 처음부터 무모한 일이었다.

 

사실 그동안 다녀간 친지들, 남편이나 나의 친구들, 심지어 손님들까지도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식당이 너무 크다.'였다.

그만큼 기본 운영비가 과다하게 들어가야 했다.

자본만 넉넉하다면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견뎌볼 일이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는 일이었다.

 

처음 두어달은 개업의 여파로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갔다.

그렇다고 무작정 종업원을 줄일 수는 없었다.

언제 어떤 손님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다 모두 남의 손에 맡긴 일이었다.

남편도 나도 식당일에 전념하지 못할 입장이라 몽땅 남에게 맡겼었다.

사돈의 팔촌도 아닌 생판 모르는 남에게.

 

식당 경험이 있는 친척 오빠가 "내가 지키고 있어도 새는 게 보이더라."고 했는데 남에게 맡겼으니

보는 사람 듣는 사람마다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설마?'했던 남편.

끝내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었던 아줌마들.

밀린 인건비를 나중에 주겠다는 남편의 말을 선선히 믿어준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고마운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한 약속은 꼭 지킬 것이다.

남편이 못지킨다면 나라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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