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오후부터 목안이 깔깔해지고 으슬으슬 추워왔다.
뼈마디 마디가 쑤셔 체온을 재봤더니 38도에 가까운 열이다.
마침 다음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우리 집 상비약
'판피린'을 한병 먹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웠다.
남편도 지방출장가고 없는 날.
아이들만 가끔 이불을 들춰보며 "엄마, 많이 아파요?"하고 물어온다.
에구,, 새끼도 없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저녁나절에 방송교재를 사러나간다고 제 누나와 바깥에
나갔다 온 막둥이 아들이 끙끙거리며 누워있는 에미에게
"엄마, 누나가 지갑도 사주고 핫도그도 사줬어요"라며 신이 났다.
(방학이 다 끝나 가는 지금에야 교재를 찾는 우리 아들과
방학숙제를 하거나 말거나 무심한 이 에미는 모전자전의 표상)
가끔 말을 거는 아이들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비몽사몽 앓고 있는데
지아빠가 없는 틈을 타 막둥이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혹시 독감이라면 전염될 지도 모르는데,,, 싶으면서도
옆구리가 시린 것보다 나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몇 시나 되었을까?
갑자기 뭔가가 후다닥 방문을 열어제치고 나오는가 싶더니
화장실 문을 급히 열고 들어가 웩웩거리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보니 작은딸이 변기에다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저녁 먹은 게 체했나 보다 하고 소화제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나선 상비약도 제대로 챙겨두지 않은 것이다.
이런 한심한 에미하고는,,,,,
어느 정도 진정된 작은딸이 제자리에 자러 들어가고 나도 다시 잠을 청했다.
한참을 자고있는데 이번에는 옆에 누운 아들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해댔다.
그러고 보니 저녁 먹은 게 체한 게 아니라
제 누나와 함께 사먹었다는 핫도그가 원인인 것 같았다.
그후에도 번갈아 가며 새벽까지 서너 차례 더 구토를 해대는 딸과 아들.
손톱끝, 머리카락까지 아픈 몸으로 애들을 데리고 병원에 갈 수도 없고 해서
새벽에 지방에 가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만하면 새벽에 곧바로 출발해서 집으로 와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날 낮 중요한 약속이 되어있다는 남편은 당장 올라올 수 없는 처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
에미인 내가 힘을 내야지.
아침 일찍 아들이 더럽힌 요, 이불, 베개를 빨아 널고
아픈 애들 먹일 물과 죽을 끓이면서 연신 혼자 투덜거렸다.
'에구,,,무슨 놈의 팔자가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누,,,,'
저녁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좀더 엄살을 부렸다.
여기가 아파, 저기가 아파,,,,,,
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
"약 먹었어? 병원가지?" 이 말로 땡이다.
손으로 이마라도 한번 짚어주면 어디가 덧나나??
어쩌다가 감기 한번 들어도 호들갑을 떠는 게 남자다.
우리 여자들은 아이 낳던 때를 생각하면 못 참을게 없는데 말이다.
끓인 물과 죽만 먹여서인지 더 이상 구토를 하지 않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놀라 몸살기마저 달아나 버린 에미.
일가족 단체로 병원신세를 지나했는데 이 정도로 끝났으니 정말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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