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하프라는 악기가 있다.
내가 처음 이 악기를 접한 때는 지금부터 십년전의 일이다.
큰 딸애 친구생일에 초대되어
갔더니
그 애의 엄마가 애들 노래에 맞춰 연주를 하는데
오케스트라에서 가끔 보는 그런 덩치 큰 악기가 아니라
키타보다 작은
앙증맞은 크기에 소리가 고왔다.
아는 분이 계시겠지만 C, D, G, F 등 여러 가지 코드가 있어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예쁜 소리가 나는 것이 쉬워
보이기도 했고
잘 하지는 못하지만 원래 음악이라면 좋아하던 터라
한번 둘러메고 폼을 잡아 보았는데 코드 판에 손이 닿지를
않아
'나는 숏팔이라 안되겠다'하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크로마하프를 지금은 매주 금요일 마다 연주하고
있다.
4년전부터 우연히 배우기 시작하여
같이 배웠던 엄마들 7명이 벌써 4년 째 모임을 하며
매주 모여 배웠던 곡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동요부터 성가곡은 물론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연주하며 그에 맞춰 노래까지
한바탕 하고 나면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
동요를 연주할 때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성가곡을 연주할 때는 경건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하고
(교회에 나가는 사람은 반도 안
되는데도)
대중가요를 연주할 때는 거저 신이 나고....
매주 모여 두어 시간 동안 커피 한잔 나누고 노래 부르고
수다떠는
이 행복을 어디에다 견줄 수 있으리!
초등학교 어머니 회에서 운영하던 취미교실에서 배운 크로마하프 솜씨로 우리는 그
동안 몇 번 작은 무대에도 서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세미프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화자찬하는 푼수들이다.
첫 무대를
준비할 때 의상을 구입하러 여러 명이 어울려
자정 넘은 시간에 남대문시장을 누비고 다니던 기억.
생전 처음 입어본 땅에 질질 끌릴
정도의 긴 드레스 치마.
첫 무대의 떨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후 몇 번 연주가 더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끼리의
만남으로도 행복하다.
멤버 중에는 처음 시작할 때 거의 음치 박치에 가까운 이가
둘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잘한다.
그
멤버 말이 '하면 된다'를 느꼈고
애들에게도 '엄마도 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
너무 잘했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보통 피아노는 기본이고
두세 개의 악기까지 배우고도 있지만
우리 때에는 피아노 배운 이도 많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해서 가끔씩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이사간 집마다 돌아가며 가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기회가 닿는다면 보육원이나 양로원 등을 방문해 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크로마하프.
휴대가 간편해 여름 휴가
때도 갖고 가서
쏟아지는 별빛을 맞으며 식구들과 어울려
노래를 불렀다는 멤버도 있다.
가끔 집에서 애들과 동요는 불러 보는데 내 남편은 뽕짝만 부를 줄 알아
나는 아직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예전의 내 꿈가운데 한가지는
가족끼리 합창을 해 보는 것도 있었는데....
크로마하프.
집에 하나쯤 있으면
아이들까지 연주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악기이다.
★하프그림이 아니라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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