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생이 되는 우리집 막둥이.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10분 거리의 중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대부분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좋은 학교로 간다며 버스 통학하는 곳으로 지원을 했지만
우리집 아이는 그냥 가까운 곳에 보내기로 했다.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아들 녀석이 “000는 교복 샀대요.”한다.
세 번째 아이면서도 교복을 언제 사야하는지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한심한 에미.
지난 일요일 아이와 함께 교복을 사러 나섰다.
3년 전 작은딸 교복사면서 알아뒀던 교복공장을 찾아 갔더니
교복을 사러온 아이와 부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자리 잡은 이 공장은 교복만 만들어 파는 곳인데
시중가보다 20%이상 저렴한 곳이다.
품질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아서 한번 찾아온 사람은 또 찾게 된다.
경기가 나빠서인지 입소문이 나서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단까지 늘어서 있고
문 앞을 지키는 아저씨가 한 팀을 내보내면서
"다음 사람~~!!”하고 호명을 해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순서가 되어 들어갔더니 어떤 아줌마 한사람이 “어느 학교에요?” 물어보곤
아들 녀석을 위아래로 좍 훑어보더니 “제일 작은 사이즈가 맞겠네.”했다.
천정 가득 걸려있는 교복들 사이에서 골라낸 교복.
워낙 덩치가 쬐끄만 녀석이라 제일 작은 사이즈라는데도
헐렁하니 아저씨 옷을 빌려 입은 모양새다.
바지는 또 얼마나 긴지 반은 뚝 잘라버려야 할 정도로 보였다.
“일찍 왔으니 사이즈가 있지, 늦으면 원단이 없어서 맞추지도 못해요.”
사이즈별로 만들어둔 교복을 맞으면 바로 사 입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 맞춰놓고 가기 때문에
늦으면 원단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원단이 다 틀려 한 벌 만들려고 원단을 따로 살 수 없단다.
그날 저녁 식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식으로 교복을 차려입은 막둥이.
낮에는 북새통 속에서 윗옷 따로 바지 따로 입어보느라 미처 몰랐는데
제법 의젓한 중학생 티가 나보였다.
‘말썽꾸러기가 언제 저렇게 컸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진 건
머리 희끗한 남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모범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발 말썽쟁이는 되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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