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아침부터 한숨이 나온다.
어제아침 아이가 집을 나설때 떨린다는 소리를 하기에
"떨리긴 뭐가 떨리니? 우황청심환도 먹었고, 배냇저고리에다
빨간티까지 입었는데. 걱정말어~~" 하고 파이팅을 보냈다.
아이는 아빠가 데려다주었고 나는 오후에 데리러 가기로 했다.
종일 사무실에서 자꾸 시계가 봐지며 긴장되는 건
어쩔수 없는 에미의 마음.
그리고 시간맞춰 고사장을 찾아갔다.
고사장 앞은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장사진이었다.
저렇게 종일 기다리는 학부모도 있다니
수능날은 아이도 부모도 함께 벌서는 날이다.
5시에 마치는 종이 울렸는데도 아이들은 나올 생각을 않았다.
가끔 방송으로 '몇번 수험생 고사본부로 오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자신의 수험번호를 잘못 마킹한 아이들에게
고칠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수험번호까지 잘못 기재했을까...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뒤섞인 가운데서 용케 아이를 찾아냈는데
의외로 얼굴이 밝았다.
'다행이다,,,'
그리고 내 옆에 선 남자분한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바로 담임선생님이란다.
한참을 같이 서서 기다린 사람인데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라니.
이런 낭패가 없었다.
나는 그런 엄마였다.
아이들이 중학교 진학한 후론 아이가 임원이라도 맡지않으면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를 한번도 안 찾아가는 엄마다.
그날 식구들이 모두 외식을 하기로 했는데
아이가 너무 피곤하다고 하는 바람에 집에서 시켜먹었다.
외식한다고 덩달아 좋아하던 큰딸, 막내아들은 시무룩했지만
탕수육, 짜장, 짬뽕을 시켜 원님 덕에 나발을 불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EBS 수능해설 방송을 들어야 할 딸아이가 컴퓨터에만 빠져있길래
엄마인 내가 종이에다 정답을 받아적었다.
언어영역 정답을 다적어 아이에게 채점해보라고 주었더니
마지못해 한쪽 구석에서 누가 볼세라 혼자서 매겨보던 딸아이.
"어, 어, 어, 엄마, 이거 잘 받아적었어요? 왜이렇게 많이 틀렸지??"
그러더니 마구 신경질을 내며 "엄마, 방송 꺼요!!" 하는 것이었다.
저혼자 인터넷으로 채점을 해본다는 것이다.
나도 덩달아 궁금하고 속이 상했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으니 결과대로 받아들이자." 한마디 하고는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싸운 사람들 모양으로 제각각 행동을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다른때와 달리 일찌감치 잠이 깨었다.
그리곤 살금살금 공부방에 들어가 아이가 숨겨놓은 채점표를 보았다.
정말 최악이었다.
그동안 치른 모의고사에서도 이런 점수는 없었다.
책상 위에 휴지가 몇장 구겨져 있는 것을 보면
눈물많은 아이라 속상해서 혼자 눈물도 찍어내었나 보았다.
딸아이는 자연계인데 잘해야할 과탐 점수가 형편이 없으니
목표한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하게 생겼다.
아침에 풀이 푹 죽어서 학교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언니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아이라 공부만큼은 잘해주었으면 했는데...
하지만 아직 실망하진 말자.
이번 수능에서는 과탐이 그렇게 어려웠다니
최종 성적표가 나오는 다음달 2일까지 기다려봐야지.
대학이 결정되는 그날까지 많이들 울고 웃을 수험생 여러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랍니다. 용기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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