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다니는 아줌마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들이 흔들리는 버스 속의 비좁은 공간에서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막춤을 추며 망가지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집안에만 갇혀 살면서 무어에 저리도 한이 맺힌 건가 해서
망가지는 그 모습이 추하기보다는 오히려 처연하기까지 했는데 며칠전 바로 내가 그 관광을 다녀왔다.
한 달에 한번씩 모여 회의란 형식을 빌려 토론모임을 갖는 곳에서 자매결연한 시군에 견학을 갈 기회가 생겼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나는 절대 관광아줌마의 대열에는 끼지 않으리란 다짐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사십대의 나이 때문일까? 아주 자연스럽고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녀온 것이다.
수년전 살던 아파트부녀회 주최의 관광을 멋모르고 딱 한번 간 적이 있는데
그날 버스 속에서 느꼈던 그 기분은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관광은 그저 허울 뿐 먹고 마시고 춤추는 게다가 좋은 말로 성인유머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정말 관광지 구경은 핑계일 뿐 버스 속에서 인생을 끝장내겠다는 결연한 각오의 아줌마들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노래시키는 건 기본이고 피곤해서 잠깐 눈이라도 붙일라치면 막무가내로 소주가 돌고
술기운이 벌겋게 오른 아줌마들이 버스손잡이에 이리저리 받쳐가며 비곗살을 흔들어대던 그 모습.
못 먹는 술이라 멀미를 핑계로 한잔도 하지 않은 맨 정신에서 보는 그 풍경은
정말 추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 그날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재밌게 놀던 그들의 눈에 나란 인간은 별난 인간으로 비춰졌으리라.
그 이후로 아줌마들이 관광버스로 어딜 간다면 그게 어디서든 십리도 더 도망 다니던 나였다.
그런데 기회가 온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건전한(?) 모임에서의 견학이라 안심하고 따라나섰다.
또 한번도 가보지 않은 단종 애사가 서린 영월이라 더욱 구미가 당겼다.
아침일찍 나선 터라 아침을 거른 일행을 배려했는지
주최측에서 첫 메뉴로 검정콩이 점점이 박힌 따끈따끈한 떡을 내놓았다.
아침을 거른 사람들은 맛있게 떡을 먹었고 조금 요기하고 나온 나는
비닐에 싸여진 떡 뭉치를 아랫배에 갖다대었더니 아 그 따뜻함이라니.
시원한 것보다는 따뜻한 게 좋아진 거기서부터 나의 그 동안 몇 년 흐른 연륜(?)이 슬쩍 내비쳤던 것이었다.
이어서 음료수, 귤 등 간식거리가 나오더니 급기야 아침부터 맥주가 배급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수준이 수준이어서인지 맥주를 아침부터 해장술로 먹는 사람 없이
차창 밖의 너무나도 고운 단풍에 넋을 잃고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그러나 두 시간 정도 지나자 드디어 발동이 걸렸다.
일행중 레크레이션 강사를 한다는 아줌마 한사람이 입심 좋게 일행을 리드해 갔고
삼, 사, 오십대의 아줌마들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도 오전에는 노래방과 우스개 삼행시 정도로만 그쳤는데
소기의 관광목적을 달성하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그야말로 인정 사정없는 한바탕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주최측의 맥주 돌리기가 시작되었고 빠짐없이 노래 한 곡씩을 부르게 만들더니
관광버스를 타야만 들어볼 수 있는 디스코메들리 음악이 틀어졌고
급기야 그 노래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흔들어대는 아줌마가 생기게 되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몇 년전만 해도 그런 모습이 추하다고 생각한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주최측이 이끌어내는 대로 버스의 좁은 통로에 나서서
정말 추지도 못하고 되지도 않은 춤을 흉내냈다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조금 쭈뼛거려지기도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에 나가보았는데
이리저리 비틀대는 그것도 하나의 재미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정말 세월의 연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게 더 아줌마가 되었다는 증건가?
나도 정말 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어느 아줌마가 예전의 나처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젊은 아줌마에게 말하길
"나도 삼십대땐 왜 저러고 사냐? 는 그런 눈으로 쳐다봤다, 니들도 내 나이 되어봐!"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는 자체를 혐오하다시피한 나도 이러니
그 자리에 그냥 앉아있는 그 젊은 아줌마들도 내 나이가 되면 별수 없을 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관광버스 속에서 아줌마란 이름으로 함께 망가지는 내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내 자신에게 놀란 하루였고
세월이 가져다 준 힘으로 용감하게 사는 중년 아줌마로의 변신을 톡톡히 확인한 하루였다 고나 할까??
(저같지 않으신 중년의 아주머니들께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입니다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들이 흔들리는 버스 속의 비좁은 공간에서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막춤을 추며 망가지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집안에만 갇혀 살면서 무어에 저리도 한이 맺힌 건가 해서
망가지는 그 모습이 추하기보다는 오히려 처연하기까지 했는데 며칠전 바로 내가 그 관광을 다녀왔다.
한 달에 한번씩 모여 회의란 형식을 빌려 토론모임을 갖는 곳에서 자매결연한 시군에 견학을 갈 기회가 생겼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나는 절대 관광아줌마의 대열에는 끼지 않으리란 다짐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사십대의 나이 때문일까? 아주 자연스럽고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녀온 것이다.
수년전 살던 아파트부녀회 주최의 관광을 멋모르고 딱 한번 간 적이 있는데
그날 버스 속에서 느꼈던 그 기분은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관광은 그저 허울 뿐 먹고 마시고 춤추는 게다가 좋은 말로 성인유머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정말 관광지 구경은 핑계일 뿐 버스 속에서 인생을 끝장내겠다는 결연한 각오의 아줌마들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노래시키는 건 기본이고 피곤해서 잠깐 눈이라도 붙일라치면 막무가내로 소주가 돌고
술기운이 벌겋게 오른 아줌마들이 버스손잡이에 이리저리 받쳐가며 비곗살을 흔들어대던 그 모습.
못 먹는 술이라 멀미를 핑계로 한잔도 하지 않은 맨 정신에서 보는 그 풍경은
정말 추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 그날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재밌게 놀던 그들의 눈에 나란 인간은 별난 인간으로 비춰졌으리라.
그 이후로 아줌마들이 관광버스로 어딜 간다면 그게 어디서든 십리도 더 도망 다니던 나였다.
그런데 기회가 온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건전한(?) 모임에서의 견학이라 안심하고 따라나섰다.
또 한번도 가보지 않은 단종 애사가 서린 영월이라 더욱 구미가 당겼다.
아침일찍 나선 터라 아침을 거른 일행을 배려했는지
주최측에서 첫 메뉴로 검정콩이 점점이 박힌 따끈따끈한 떡을 내놓았다.
아침을 거른 사람들은 맛있게 떡을 먹었고 조금 요기하고 나온 나는
비닐에 싸여진 떡 뭉치를 아랫배에 갖다대었더니 아 그 따뜻함이라니.
시원한 것보다는 따뜻한 게 좋아진 거기서부터 나의 그 동안 몇 년 흐른 연륜(?)이 슬쩍 내비쳤던 것이었다.
이어서 음료수, 귤 등 간식거리가 나오더니 급기야 아침부터 맥주가 배급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수준이 수준이어서인지 맥주를 아침부터 해장술로 먹는 사람 없이
차창 밖의 너무나도 고운 단풍에 넋을 잃고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그러나 두 시간 정도 지나자 드디어 발동이 걸렸다.
일행중 레크레이션 강사를 한다는 아줌마 한사람이 입심 좋게 일행을 리드해 갔고
삼, 사, 오십대의 아줌마들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도 오전에는 노래방과 우스개 삼행시 정도로만 그쳤는데
소기의 관광목적을 달성하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그야말로 인정 사정없는 한바탕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주최측의 맥주 돌리기가 시작되었고 빠짐없이 노래 한 곡씩을 부르게 만들더니
관광버스를 타야만 들어볼 수 있는 디스코메들리 음악이 틀어졌고
급기야 그 노래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흔들어대는 아줌마가 생기게 되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몇 년전만 해도 그런 모습이 추하다고 생각한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주최측이 이끌어내는 대로 버스의 좁은 통로에 나서서
정말 추지도 못하고 되지도 않은 춤을 흉내냈다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조금 쭈뼛거려지기도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에 나가보았는데
이리저리 비틀대는 그것도 하나의 재미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정말 세월의 연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게 더 아줌마가 되었다는 증건가?
나도 정말 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어느 아줌마가 예전의 나처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젊은 아줌마에게 말하길
"나도 삼십대땐 왜 저러고 사냐? 는 그런 눈으로 쳐다봤다, 니들도 내 나이 되어봐!"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는 자체를 혐오하다시피한 나도 이러니
그 자리에 그냥 앉아있는 그 젊은 아줌마들도 내 나이가 되면 별수 없을 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관광버스 속에서 아줌마란 이름으로 함께 망가지는 내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내 자신에게 놀란 하루였고
세월이 가져다 준 힘으로 용감하게 사는 중년 아줌마로의 변신을 톡톡히 확인한 하루였다 고나 할까??
(저같지 않으신 중년의 아주머니들께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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