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女子의 이름으로♣

단돈 60원

bell-10 2004. 3. 27. 17:36
 

자가운전을 하고 다니면서도 자동차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믿는 데라곤 단골 카센타뿐. 


무지하면 카센타에서 일러준 주의사항이나 잘 지킬 것이지

그것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아 큰 낭패를 겪고 말았다.

엔진오일 갈아야 할 시기를 그만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너무 많이 시기를 놓쳐 엔진에 무리가 생겨버렸다.


엔진오일을 갈아 넣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세심한 점검을 받아봐야 할 것 같아

자동차회사에서 직영하는 정비센터에 예약을 하고선 다음날 찾아가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강의 위치를 가늠하고선 잘 찾아간 것까진 괜찮았다.

이왕 점검하는 김에 그동안 운전하면서 느꼈던 자질구레한 문제점을

모두 점검해 달라고 했더니 서너시간은 걸리겠단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사무실에 가서 일이나 하려고 정비센터를 빠져  나왔다.

한참을 걸어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아는 동네가 아니라 몇 번을 타야하나, 잔돈은 있나, 생각하면서

지갑을 열었는데, 아뿔싸~~~ 차비가 없었다.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어 봐도 동전 640원뿐이었다.

버스비는 700원, 딱 60원이 모자라는 것이다.

지폐라도 있으면 택시라도 타고 가련만 1000원짜리 한 장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바로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고 대부분 상점에서 카드로 결제를 하다보니

가끔 지갑에 돈이 없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평소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꼭 필요할 때는 여기저기 흔하게 있는 현금지급기를 이용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이곳 정비센터는 대규모 공장 크기라 시내가 아닌 외곽 공장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주위가 주거지역이 아닌 것이 문제였다.


목적지가 적혀있는 버스가 다가와 섰지만 타지도 못하고 걸었다.

시내 쪽을 향하여 마냥 걸었다.

한참 걸었더니 다리는 물론 굽 높은 구두를 신은 발까지 아파왔다.


도로가에 주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파트도 보였다.

그래도 은행 간판은 보이지 않고 현금지급기 코너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뭐 이런 동네가 있담, 이동네 사람들은 은행 볼일을 어떻게 보나,,,

투덜거리며 두리번두리번 살피는데 저 멀리 눈에 익은 은행 간판이 보였다.

은행이 그렇게 반갑긴 처음이었다.


현금지급기에서 몇 만원을 찾아 급한 마음에 택시부터 잡아탔는데

타고나서 생각하니 이번엔 택시비가 아까웠다.

은행 창구에서 잔돈을 바꿨더라면 버스를 탈 수 있었을 텐데,,,,


요즘 10원짜리는 돈 취급을 못 받는다.

집안 이 구석 저 구석 굴러다니기도 하고 어린애들마저도 외면한다.

할인마트 물건값 끝자리가 10원 단위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카드결제를 하니

10원짜리를 직접 취급하는 건 은행에 직접 세금 낼 때 정도다.


하지만 이날 돈 60원이 모자라 생고생한 걸 생각하면 조금 과장이긴 하겠지만

그동안 무시했던 10원에게 복수당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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