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기다리던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평소보다 한 옥타브 톤을 올려서 "네!" 하고 반갑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바로 시어머님이시다.
'어제도 통화를 했는데 웬일이시람'
"에미냐? 나다" 목소리가 별로 밝지 않으시다.
"어머, 어머님, 어쩐 일이세요?"
"오냐, 네가 나갈까봐 일찍 전화했다"
집에 잘 붙어있지 않음을 넌지시 나무라시는 듯하다.
'큰일이네, 전화가 곧 올텐데....'
어머님 말씀을 들으면서도 마음은 콩밭이다.
기다리는 전화 때문에 얼른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뜻밖에도 시아버님께서 다치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신다.
며칠전 샤워도중에 목욕탕의 장식장이 떨어져
무릎아래 정강이 부분을 15바늘이나 꿰매셨단다.
다행히 뼈는 괜찮아 별일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세상에.... 머리 쪽으로 떨어졌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다.
멀리 있는 우리가 걱정할까봐 그 동안 얘기를 않으셨는데
아버님께서 우리에게 연락을 했느냐며 은근히 물어보셨단다.
낼모레 이틀이 연휴이니 다녀가라는 이야기 시다.
물론 자식된 도리로 당연히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평소처럼 어머님의 이야기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때 같으면 그런 어머님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드리고 맞장구도 쳐드리는데
오늘은 좌불안석, 얼른 통화를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일전에 칼럼에서도 밝힌 바처럼 매주 금요일은 크로마하프를 하는 날이다.
아침 열 시마다 우리 집에서 모여 해오던 크로마하프를 지난주부터 다른 집에서 하고있다.
오늘은 비도 오고 해서 차있는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온다며
집 앞에 다다르면 전화를 한다고 조금 전에 통화했던 차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님과 한참 통화 중에 인터폰이 울린다.
경비실에서 보내는 신호다.
다른 때 다른 일 같았으면 '어머님 잠깐만요'하고선 인터폰을 받았을 텐데
오늘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인터폰이 계속 울려도 받지 않으니 잠잠해졌다.
그런데 이젠 휴대폰이 울려댄다.
조금 전에 온다는 연락을 서로 했는데 인터폰을 받지 않으니 이상했을 것이다.
휴대폰이 계속 울려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수화기 저편의 어머님께서는 연신 아버님 이야기며 집안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이걸 두고 진퇴양난이라고 해야 하나?
한참을 울리던 휴대폰도 꺼졌다.
'에구 모르겠다, 답답하면 집에까지 올라오겠지......'
아예 체념을 하고는 어머님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드렸다.
마음이 콩밭에 있는 터라 어머님 말씀이 반은 귀속에 들어오고 반은 흘러버린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어머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도
내 귀는 바깥동정에 더 쫑긋거린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나더니 초인종이 울린다.
그때서야 수화기 저편의 어머님께서 "얘야, 누가 왔나보다"하시기에
"글쎄요, 어머님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하고선 얼른 전화를 끊었다.
에구... 이것도 거짓말인데.....
친정엄마 전화였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영문도 모르고 바깥에서 별별 걱정하며 기다렸다는 엄마와
다른 엄마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모두다 이구동성으로 그런 상황이라면 전화 못 끊는 게 맞단다.
그리고 당연히 찾아뵈어야 한단다.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이 비단결 같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음이 고마웠다.
(덕택에 어린이날 우리 집 마지막 어린이를 위해 세운 스케줄이 모두 취소되고
5,6일 이틀동안 시댁을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심한 상처가 아니시라 마음도 가벼웠습니다.
그러잖아도 어버이날이 평일이라 못 가 뵙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겸사겸사 두 가지 볼일을 다 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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