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연세가 올해로 칠순이시다.
내 기억의 범위 내에서는 건강하신 날보다 편찮으신 날이 더 많았던 엄마.
이만큼 우리 곁에 계셔주신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다른 자식들 같으면 친지분들을 모셔다 잔치라도 벌일 일인데
엄마의 극구 사양으로 동생식구와 우리식구 모두 합쳐봐야 겨우 열명이서
생신 당일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미리 당긴 어제 저녁 식사 하는 걸로 때웠다.
사실 엄마께서는 미리부터 우리 남매에게 '칠순'이란 말조차도 꺼내지 못하게 하셨다.
당신께서 꼽는 이유로는
'이름있는 생일을 소문나게 하면 이나마 유지하고 사는 건강이 해쳐진단다,
나는 빨리 죽기 싫다, 오래오래 살고 싶다.'이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단 남매뿐인 우리 자식들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이신 것을.
자식된 도리를 다하자면 엄마 말씀을 거역하고라도 일가친지 모셔서
조촐한 잔치를 치러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엄마 말씀을 기다렸다는 듯 핑계삼아 간단한 저녁 한끼로 대신해 버리고 말았다.
최악의 불경기를 겪는 남편에게 기어코 해야겠다고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들인 동생이 하겠다고 우기면 난들 어쩌겠는가....
못이기는 척 따라갈 수 밖에.
하지만 동생 역시 엄마 뜻이라며 크게 벌일 생각을 않았다.
아직 살아계신 엄마 항렬의 숙모, 고모님을 합쳐봐야 몇 명이라고.
오래도록 살고계신 동네 친구분들이 몇 명이라고.
나도 못해드리면서 왜그렇게 섭섭한 생각이 드는지....
보통의 생신과는 다른 날이라 한달 전부터 무얼 해드리나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목걸이였다.
장수무병을 상징한다는 거북이를 하나하나 연결해 만든 순금 목걸이.
그리고 아이들의 몫으로 준비한 은수저 한벌.
생신 전날 찾아 온 목걸이를 식구들에게 구경시켰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헤아려보더니 37마리라고 했다.
동생이 미리 예약해 둔 한정식 식당에서 준비해간 목걸이를 꺼내 보여드렸다.
'아이들 공부 시키느라 힘들텐데 이런 걸 왜 준비했느냐'며 나무라시던 엄마.
목에 걸어드렸더니 '고맙다'며 눈시울이 붉어지시던 우리 엄마.
엄마, 거북이 숫자 나이만큼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못다한 효도 조금씩이라도 해드릴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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