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女子)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기억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별보다 더 반짝이는 그대

♡ 딸 .............. ♡

내 엄마

bell-10 2005. 8. 29. 20:09
 

자식이래야 달랑 딸 하나, 아들 하나인 우리엄마.

아버지와 사별하신 지도 벌써 18년 전의 일이다.


딸인 나는 남의 집으로 시집을 갔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하나뿐인 아들마저 지방으로 돌아다니는 직장이라

엄마 혼자 친정집을 지키고 계신다.


당신의 생활터전을 버리고 자식 따라 타지에서 해야 하는 생활은

어른들에겐 감옥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우리 엄마 역시 아들 며느리의 성화에도

굳이 혼자 살기를 자청하셨다.


하지만 건강만 하시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자식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마음대로 지낼 수 있으실 테니.


우리엄마도 다른 건강한 엄마들처럼 친구들이나 형제들과

관광이나 다니시면 정말 뭐가 걱정이랴.


고혈압은 기본이고 부정맥이란 심장병에 갑자기 피를 토하다가

기도가 막혀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는 기관지확장증이란 나쁜 병까지

유사시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항상 달고 사시는 엄마.


자식 멀리 보내고 마음을 의지할 친구도 형제도 없는 엄마.

얼마나 외롭고 막막하실까.

 

8월29일 오늘은 친정엄마 생신이다.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어제 일요일 생신 축하를 해드리고 왔다.


그런데 지난달 아버지 기일에 봤던 엄마가 아니었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훨씬 더 기력이 떨어지셨다.

얼굴도 야위셨지만 계단 두 개를 연달아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려 힘들어하시는 엄마.


엄마를 부축해드리면서 가슴이 아팠다.

제 살기 바쁘다고 이런 엄마에게 무심한 딸이 바로 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했다가

하루 종일 생각 없이 무심하게 지내다가 집에 들어가서

잠자리에 누워서야 ‘아차!’ 했던 게 거의 매일이다.


어쩌다 전화를 할라치면 늘 “내 걱정은 마라.”고 하시는 엄마.

내 코가 석 자라 엄마 걱정할 마음자리 하나 없이 사는 나쁜 딸.

이게 지금의 내 모습이다.


엄마..... 내 엄마..........

엄마만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려온다.

'엄마 제발 더 나빠지지만 마세요, 지금처럼만 계셔주세요..'

오늘 하루 더욱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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