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응급실은 아수라장이다.
한시가 급한 환자들이 의사, 간호사를 숨넘어가게 찾고 통증을 하소연하는 환자들의 신음과 울부짖음이 응급실에 가득하다.
나 역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의사나 간호사의 반응은 무조건 “기다리세요!” 한마디뿐이었다.
생사가 달린 문제가 아니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 누운 채 검사실로 가라면 가야 했고 오라면 와야 했다.
두어 시간 뒤 진통제 덕에 통증이 조금 가라앉으니 비로소 주위가 살펴졌다. 목을 고정한 채로 똑바로 누워있어야 해서 가해운전기사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목소리로 짐작하건데 나이가 지긋한 사람 같았다.
순간의 실수로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저 아저씨나 나나 그 날 아침 운이 지지리도 없어 일어난 일인 것을..
“아저씨, 연락처 남겨 놓으시고 그만 가셔서 일하셔야죠.” 이런 말을 할 정도였으니 진통제의 효과가 크긴 컸다.
오후 늦게까지 여러 가지 검사를 한 결과 ‘척추압박골절’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인해 척추뼈가 납작해진 것이란다.
척추압박골절은 주로 골밀도가 낮은 노인들이 넘어지거나 주저앉는 경우 잘 발생되는데, 납작해진 뼈에 골 시멘트라 불리는 물질을 채워 넣는 ‘척추성형술’이란 간단한 시술을 하게 되면 1주일쯤이면 거뜬해진다고도 한다.
그러나 주치의가 하는 말이 내 경우는 교통사고라 즉시 시술하게 되면 보험적용이 안된다고 했다.
입원해서 2,3주 정도 가만히 누워 지내며 경과를 지켜본 후 저절로 펴지면 다행이고, 안되면 그때 가서야 시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친 것도 서러운데 생돈을 들일 수는 없는 일.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가만히 기다리는 일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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