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기 대행진
"드르르르륵~~"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떠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침 8시.
'아이쿠, 늦었다!!!' 싶다가 '아참, 오늘은 토요일이지...'
출근 않는 날이기도 하고 아들녀석도 놀토일이고 게다가 남편까지 출장중이라
늘어지게 아침잠을 즐겨도 좋으련만 약속이 있어 어제밤 자기 전에 알람을 맞춰놓은 것이다.
더 누워있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이 시리다.
구름 한 점 없는 청자빛 하늘이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오늘은 친구와 자전거타기로 약속한 날이다.
요즘 자전거 전도사가 된 나한테 꼬드켜서 생전처음 자전거를 배우게 된 친구가 있다.
자전거를 사버려야 배우지 않겠냐며 자전거부터 덜렁 산 친구.
지난 주 처음으로 붙든 손을 놓아도 앞으로 조금 더 갈 수 있게 된 친구.
오늘은 기필코 잘 타게 만들고야 말리라.
불타는 사명감으로 약속장소로 나갔다.
물론 자전거로 쌩쌩 달려서~
오늘 가르치려는 이 친구보다 조금 더 일찍 자전거를 배워 지금은 잘 타고 있는 다른 친구가
처음 배울 때 연습장소로 썼다던 이 곳은 정말 자전거 배우기에 최적지였다.
시립도서관 옆의 조그만 인라인스케이트장인데 오전 시간엔 찾는 사람도 별로 없이 한적하고
바닥이 우레탄이라 바퀴가 잘 굴러가기도 하거니와 혹 넘어지더라도 부상의 위험이 적은 곳이다.
약속장소에 약속시간 정시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보였다.
옳지! 나도 연습을 하나 해봐야지.
다섯 달 넘게 자전거를 탔는데도 아직 연습해야할 일이 있었다.
처음엔 넘어질까 무서워 발이 땅에 닿게 안장을 낮췄더니 페달을 밟으면 다리가 덜 펴져서
무릎을 구부린 채 자전거를 타야했다.
그후 차츰 안장을 올려 지금은 까치발로 설 정도로 안장을 높였지만 아직 무릎을 구부려야 했다.
이보다 더 높이면 발이 땅에 닿지를 않으니 출발조차 할 수 없어 그냥 타고 다녀야 했다.
그런데 며칠전 등교길 초등생 꼬마가 어른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게 아닌가.
횡단보도에서 같이 서게 되었는데 출발을 어떻게 하나..하고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 꼬마는 서있을때는 안장에서 아예 엉덩이를 내려 발이 땅에 닿게 서있다가
페달에 발을 얹어 출발한 후 엉덩이를 들어 안장에 앉는 것이었다.
아하, 바로 저거다!!
우선 발이 땅에 안닿게끔 자전거 안장높이를 올렸다.
그리곤 한쪽발로 페달을 밟으면서 얼른 안장에 올라 앉아보았다.
자꾸만 뒤뚱거려지고 다른 쪽 페달이 종아리를 때렸다.
서는 순간에 얼른 엉덩이를 내려 사뿐히 정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다섯달 동안 자전거를 타고다니며 균형감각을 익힌 덕인지
몇 번 연습해보니 그럭저럭 모양새가 갖춰졌다.
여긴 평평하고 장애물이 없는 곳인데 도로에서도 잘 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윽고 도착한 친구 두 명.
완전초보인 친구와 며칠 더 일찍 배워서 자전거도로도 달려봤다는 준전문가(?) 친구.
오뉴월 하루 땡볕이 어디냐는 소리는 우리에게도 통했다.
완전초보인 친구는 혼자서 출발해서 직선으로만 삐뚤빼뚤 타는데 준전문가 친구는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꿔가며 트랙을 돌았다.
한시간쯤 지나자 완전초보 친구도 트랙을 돌 수 있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고
준전문가 친구는 처음으로 안장을 조금 더 높여 탈 수 있게 되었다.
이쯤되자 전문가(?)인 나도 슬며시 욕심이 생겼다.
언젠가 비오는 날, 한 손으로 우산을 잡고 뒤에는 짐을 실은 채 유유히 자전거를 타던
한 아줌마를 보았는데 그때의 내 실력으로는 묘기대행진이 따로 없었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탈 수 있을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또 얼마전에 본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아예 두팔을 벌리고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저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아마도 트릭이겠지..
그 이후 가끔 한손을 살며시 놓아봤지만 어김없이 넘어지려고 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최적의 장소에서 기필코 시도해보리라.
그리고 결국 해냈다.
한손을 놓고서도 한참동안이나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위험한 거리에서는 시도하지 않겠지만 자꾸자꾸 연습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두팔 벌린 채로 자전거를 달릴 수 있을까??
아이구, 이 아줌마야 정신차려!!
니 나이가 얼만지 잊어버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