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에 걸린 경품
작년 7월1일 무릎인대를 다친 후로 완전히 접었던 인라인스케이트.
두어달 전인가 동네 자전거길에서 한번 시도를 해봤지만
전용 연습장이 아니라 또다시 부상을 당할까봐 채 타지도 못했었다.
그리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찾는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뤄져
거의 1년이 다 되가도록 차 트렁크에 모셔졌던 인라인스케이트.
어제 모처럼 전용 연습장을 찾아갔다.
혼자 가기가 머쓱해서 아들녀석을 꼬드겨서.
첨엔 흔쾌히 따라나선 녀석이 차 안에서 아무 기척이 없다.
룸미러로 힐끔 쳐다보니 시무룩하니 창밖만 쳐다보는 것이다.
"왜? 가기 싫냐??"
"그냥 좀,,"
"왜????"
"시험기간이잖아요."
"공부할 시간 뺏겨서 걱정되냐??"
"그게 아니라,,,"
"그럼 왜??"
"마음이 좀 그렇단 말이에요."
살다보니 별 소리를 다 듣는다.
공부도 안하는 녀석에게서 놀기는 좀 그렇다는 말을 다 듣다니,,
'흥, 제깐놈이 언제부터 시험기간 찾았다고'
"아이구, 우리 아들, 중학생답네. 시험걱정도 다하고.
두어시간 실컷 놀고 공부할 땐 또 열심히 공부하면 돼~!!"
사실 시험점수 나오는데 따라 경품이 걸려있다.
평균 90점 이상 되면 핸드폰을 사주마 했다.
대신 90점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압수한다고.
누나들도 고3때 가졌던 핸드폰.
일찍 사줄 마음도 없으면서 초등학교때 점수가 워낙 바닥이라
도저히 불가능이라 믿고 걸었던 상품이다.
그런데 기적(?)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5월 중간고사 성적이 평균 89점이었다.
초등학교때도 80점 안되던 녀석인데 중학교 성적이 89점이라니
그것도 5과목이 아닌 12과목 평균이.
얼마나 놀랐는지, 그리고 신기했는지, 또 그리고 기특했는지,
또 또 그리고 약간 의심까지 했는지,,, 모른다.
아무튼 까닥 잘못(?)하다간 경품을 사다줘야 할 것 같아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평균점수가 아닌 전교등수로 한다고.
물론 말뿐이었다.
점수라도 목표를 달성하면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아니 비록 목표달성을 못하더라도 더 잘하라는 뜻으로
뭔가 갖고싶어하는 것을 사주겠다는 생각중이다.
공부에 무슨 경품까지 걸어야하는지 참 한심스럽지만
어느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밀고나가 볼 생각이다.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지금도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