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대한 엉뚱한 발상
사람이 직접 거는 경우도 있지만 ARS(자동응답서비스)를 이용한 경우도 있다.
오늘은 그동안 받아보지 못한 수법(?)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어떤 여자꼬맹이가 “여보세요”하기에 누구냐고 물어보려는데 곧바로 음악이 흐르면서 ARS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참 기발하다고 해야 하나, 기가 막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선거와 관련한 전화는 모두 통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선거’라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든다.
하여, ARS의 경우에는 '안녕 하세요'하는 기계음이 들리자마자 그냥 끊어버리면 되지만 사람일 경우에는 그래도 상대방이 덜 무안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대통령 선거처럼 지역에 전혀 상관이 없을 경우엔 어느 후보자 측의 전화든지 모두“네, 네, 네”하면 그래도 통화가 짧게 끝나는 편이고 그 외의 경우엔 “이 동네 살지 않습니다.”하면 그만이다.
사실 나도 한 때 선거에 관심이 많았던 때가 없지 않다.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 살아 남다르게 친하게 지내던 아줌마가 초대 '시의원'에 출마하는 바람에 내 일처럼 열심히 선거운동원 노릇도 해봤고, 어느 핸가 손위 시누이 역시 시의원 출마를 하여 주민등록지까지 옮겨가며 한 표를 보태기도 해봤고, 모 국회의원 전화홍보요원으로 발탁(?)되어 종일 칸막이에 갇혀 녹음기마냥 똑 같은 소리를 해대면서 짭짤한 용돈을 벌어보기도 했었다.
선거철이 되면 소위 선거브로커들이 무슨 단체, 무슨 협회 등의 회원명단을 들고 다니며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와 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간의 선거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요즘은 주는 사람은 물론 받은 사람까지 처벌을 받게 되어있어, 10만원어치의 향응을 받고선 그 10배 이상의 벌금을 물었다는 뉴스도 들릴 정도로 감시단속이 심하다.
줄 생각도 받을 생각도 아예 말고 오로지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를 따져야 하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풍토가 조성되고 있기는 하다.
일반인들에겐 금품수수라는 말이 멀어졌지만 높으신 양반들 사이의 불법 정치자금 이야기는 지금도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이런 정치자금이 불법로비나 불법선거 등 떳떳치 못한 용도로 쓰일 것은 자명한 일일 터.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이고, 멀쩡하게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날을 임시공휴일로 정하여 치르는 선거가 과연 효율적인지 한 번 따져보고 싶다.
나는 스무 살 이후 투표권이 주어진 이래 한 번도 선거에 빠져본 적이 없다.
물론 우리 가족 모두 다 빠짐없이 주권을 행사해왔다.
그런데도 막상 투표율은 저조하다.
선거를 하기 위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을 이용해 들로 산으로 놀러가는 사람이 더 많다.
물론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놀러가는 사람들도 많고,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간에 투표율이 저조한 채로 선거는 끝나고 당선된 사람은 국민을 대신한 역할을 맡게 된다.
당선자가 내걸었던 수많은 공약은 그저 공허한 약속으로 끝나버려도 대다수 국민들은 관심도 없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성토일 뿐이다.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독불장군으로 모든 정책을 계획하거나 실행할 수 없을 것이다.
주위의 참모진이나 위아래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것이니 누가 당선되든 나라살림은 여전히 잘 굴러갈 것이다.
그러니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돈 많이 드는 선거를 치를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결정지으면 어떨까?
예를 들어 선착순 집합, 가위 바위 보, 사다리타기, 100m달리기 등등.
결정된 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끔 공개장소에서 행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안전장치 또한 빠뜨릴 수 없다.
미국의 유수대학들이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렵다고 한다.
희망하는 사람은 대부분 입학을 시켜주고 일정한 수준이 되지 않으면 졸업을 시켜주지 않는다.
졸업하려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일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더 가지고 덜 가진, 가방 끈 길고 짧은 사람 구별 없이 누구나 열정이 있는 사람은 모두 대상으로 하자.
다만, 운 좋게 뽑혔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본격적인 자격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 국민의 현미경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전과자, 체납자, 병역미필자 등 선거 흑색선전 단골 항목은 물론이고, 한 번이라도 남의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한 것이 들통 나면 당첨 무효를 시키는 것이다.
집을 하나 당첨받는데도 이런 저런 규제가 많은데 나라살림을 맡아할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구에게나 무슨 일에나 떳떳해야 국민들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어중이떠중이들까지 모두 하겠다고 나서겠지만 점차 이런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들면 결국은 일꾼 중의 일꾼만 나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엉뚱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제 생각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