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10 2004. 1. 15. 14:17

연초부터 우울한 소식이 들렸다.
웬수같은 돈 문제로 사람 하나 잃게 생긴 것이다.

평소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살아오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 이런 저런 정으로 엮여진 모임이 많은 편이다.
혈연, 학연, 지연,,,

많은 인연중 아이들 초등학교때 만난 엄마들과의 모임이 다섯개나 된다.
큰딸 2개, 작은딸 2개, 막둥이 1개.

직장다니랴, 집안일 하랴, 안그래도 바쁜 사람인데 이런 모임까지 소화하려니

그야말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좋고 한결 같아 길게는 십수년이 된 거부터 짧게는 6년까지

한동네에서 애들 키우며 만난 사이라 허물없고 인생공부도 되고 해서

지금껏 재미나게 지내오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한모임에 문제가 생겼다.
회비관리하던 엄마가 갑자기 세상만사 귀찮아 모임도 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사십대 우울증이려니 했는데 알고보니 돈문제가 터진것이다.

우리모임에서 들던 적금은 그녀 이름이 아니라 손을 못대서 그나마 남아있는데

그외 회비는 늘 장부상으로만 남아있지 실제 돈은 구경도 못했었다.

그래도 사람을 믿고 그냥 맡겨두었었는데 어제 모임에 온다던 사람이 오지도 않았고

이사람 저사람이 그동안 아껴뒀던 말을 하는데 우리 모임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모임돈은 물론 모임에서 자기이름으로 적금 들던건 대출까지 받아쓰고

심지어 졸업생들 기념품 구입비 천만원 가까운 돈을 써버려서 그 학교 엄마들이

그만둔 직장까지 찾아왔었다는 것이다.

경기가 안좋아서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때라 너도나도 근검절약하며 사는 줄 알았는데

한 엄마 말에 의하면 딸들하고 백화점 쇼핑, 고급 미장원을 다니고

우리는 좀처럼 쓰기 어려운 고급화장품을 써더라는 것이다.

자연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보니 그게 모여서 그렇게 됐단다.
없으면 쓰질 말지, 아무리 그래도 남의 돈을 내돈처럼 써버렸는지 이해가 안된다.

원래 사람은 그지없이 좋은 사람이라 모두 안타까워 하지만 다른 문제도 아닌

돈 문제만큼은 도와줄 수 없어 이제 돈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잃게 생긴 것이다.

우리 모임돈은 그나마 들던 적금을 해약해서 일부 변제하기로 했지만

다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건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성격좋고 낙천적이던 사람을 '죽고싶다'고 말하게 만든 돈.
정말 돈이 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