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친정엄마)♡
수. 능. 전. 날.
bell-10
2003. 11. 4. 19:08
11월5일, 내일은 작은딸 혜지의 대입 수능시험 날이다.
이미 3년전 큰딸이 한번 치렀던 일이라 그저 담담하다.
그냥 아침 일찍 고사장에 데려다주고 시험 끝나면 데려올 작정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게 아닌가 보다.
큰딸 때보다 더많은 관심과 배려가 잇달았다.
한달 전부터 찹쌀떡, 쵸코렛, 호박엿, 현찰에 이르기까지 성금품(?)이 답지하고 있다.
어제도 퇴근해 집에 막 들어서서 옷을 갈아입는데 누가 초인종을 울렸다.
우리집 식구라면 벨을 누를 것 없이 번호키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만인데
'이 시간에 대체 누구지?'
"누구세요?"
"위층인데요."
위층에 사는 여자였다.
'평소 별로 왕래하지도 않고 지내는데 무슨 일이지?'
"어머, 어쩐 일이세요?"
"저기,,, 이 집에 고3딸내미 있죠?"
"어머나! 어떻게 아셨어요?"
"며칠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이 집 딸이라고 하대요.
고3짜리 딸 있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이거,,,"
불쑥 등뒤에서 이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내밀고는 얼른 돌아서 계단을 올라갔다.
"세상에,, 너무 고마워요."
우리집에 애가 몇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인데 수능선물을 챙겨주다니,,,
저 집 아들이 얼마 전에 군입대 했다던가???
어디로 배치 받았는지 물어나 볼걸,,,,
좀 있으려니 전화가 울렸다.
큰딸 친구엄마였다.
"집 앞인데 잠깐 내려 와봐."
"왜??"
"얼굴 좀 보고 가게."
올라와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는데도 바쁘다면서 굳이 내려오란다.
내려갔더니 손에 쇼팽백을 하나 들고 서있다.
그 집은 수능하고 인연이 끝난 지 오래인데 일부러 챙겨주러 온 것이다.
운전할 줄 모르는 엄마라 남편까지 대동하고 왔기에 더더욱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 동안 전달받은 성금품을 열어볼 때마다 딸아이는 너무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몹시 부담스러워 했다.
그 중의 압권은 할아버지가 보낸 편지와 성금이었다.
'할애비는 혜지를 믿고 또 믿는다'고 강조하셨던 그 편지를 받고선
"엄마, 나 이거 할아버지께 다시 돌려드리고 싶어요, 시험 못 치면 어떡해,,,,"
걱정하던 딸아이.
어쨌든 내일이면 모든 게 결정된다.
초.중.고 12년 공부의 마지막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울고 웃는 희비극이 올해도 재현될 것이다.
제발 니딸 내아들 할 것 없이 모두들 공부한 만큼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의 효과가 더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 플러스 알파를 위하여 오늘 저녁 나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다.
우리 조상님들이 자신이 태어나서 젤 처음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품에 지니고 과거를 치른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큰딸 때 그랬던 것처럼 그 배냇저고리를 딸아이에게 간직시킬 것이다.
무엇을 믿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안정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기에.
혜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