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 ♡

속. 수. 무. 책.

bell-10 2003. 11. 1. 00:18

"양쪽 심장 판막이 다 망가졌습니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는데
일흔 연세에 수술하시다간 수술도중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냥 이대로 계시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정기적으로 심장 체크를 해왔는데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처음부터 판막도 좋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큰 문제가 안돼 말씀 안 드린 겁니다.
기관지 확장증이나 심장 판막이나 모두 구조적인 문제라 수술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더 이상 입원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럴 수가....
엄마는 여태까지 진료날짜를 한번도 어겨본 적이 없는 양반이다.
동생이 그렇게 같이 살자고 해도 지방에는 큰 병원이 없다면서
한사코 큰 병원이 있는 대도시에서 혼자 지낸 양반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심장병을 지닌 엄마가 혼자
용감히 사실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응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그렇게 믿고 한 달에 한번 정기적인 진료를 꼬박 받아온 큰 병원에서
이제 와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니...
가만히 앉아서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리라는 말이다.

의사가 퇴원하래도 안 가게 해달라던 엄마.
뭔가 어렴풋이 눈치채신 걸까?

엄마에게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해야 했다.
"지난번 기관지 때문에 엄마 혼자 너무 신경을 바짝 쓰셔서
심장이 놀랬나봐요. 안정하면 괜찮아 진대요."

엄마 옆에서 하룻밤만 지내고 그리고 떠나왔다.
숨이 차서 잘 드시지도 잘 걷지도 못하는 엄마를 두고
집으로 가는 기차시간을 핑계 삼아 쫓기듯 일어서야 했다.

얼른 가라고 채근하시는 엄마를 뒤돌아보며 막 병실문을 나서는데
눈앞이 희뿌예졌다.
'우리엄마, 이제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