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 ♡
엄마의 심장병
bell-10
2003. 10. 27. 17:05
'부정맥'이란 심장병으로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신 지 십년이 훨씬 지난 엄마.
그 동안은 다행하게도 별탈 없이 잘 견뎌오셨다.
그런데 지난번 '기관지확장증'으로 얼마나 놀라셨던지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생기셨다.
정기검진날이라 병원을 찾았는데 당장 입원하라는
의사의 지시가 떨어졌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걱정하던 기관지 때문이 아니라 심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생의 전화를 받고 추석이 며칠 남지 않은 토요일
아침 일찍 혼자 대구행 기차를 탔다.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숨가쁜 소리.
아직 검사중이라는데 무슨 이상일까??
입원실에서 엄마를 만났다.
그 며칠사이 몰라보게 수척해진 엄마얼굴.
'낼모레가 추석인데 애들 두고 왜 왔냐'는 우리 엄마.
딸이 왔다고 잠깐 앉았다 눕는데도 숨이 차서 헉헉거리신다.
며칠사이 몰라보게 위급해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왈칵 눈물이 솟구쳤지만 애써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참았다.
식사도 전혀 못하셨다.
원래 맛있게 잘 드시지 않는 식성인데다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이 간이 하나도 안된 맹탕이라
떨어진 입맛을 더더욱 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병원에 입원만 하면 살찐 환자든 마른 환자든 링거는 기본이다.
이렇게 못 먹는 환자는 당연히 링거주사를 맞아야 할텐데
엄마의 경우는 아니었다.
혹시 심장에 물이 차서 그런지 모른다며 물 한 컵도
마음대로 못 마시게 하고 먹는 양과 배설되는 양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게 했다.
심지어 약 먹기 위해 마시는 반 컵의 물까지도.
어린 내가 아플라치면 밤새 등에 업고 새우잠을 주무셨던 엄마.
그 엄마가 숨이 턱에 닿아 헉헉거리셔도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엄마, 괜찮아요?"하는 말뿐인 현실.....
다음날 아침 의사를 만나러 병실을 나서는 내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퇴원하라고 해도 나는 추석을 병원에서 지내고 싶다."
"알았어요. 푹 쉬다 나가세요."
주치의를 만나 환자 딸이라고 말하고 검사결과가 어떤지 물었다.
약간 망설이는 듯한 의사.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