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 ♡
친정엄마 입원 소식
bell-10
2003. 10. 15. 17:08
지난 172호 글에서 친정엄마 칠순을 대충 해드렸다고 했었다.
그날 몇 달만에 엄마를 뵈었는데 얼굴이 많이 여위신 것을 느꼈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는 못하고 가끔 전화라도 드려보면
'나는 잘 있다, 내 걱정은 말어라. 니네는 별일 없냐?' 하시던 엄마.
잘 지내신 게 아니었다고 엄마 얼굴에 쓰여있었다.
"엄마, 얼굴이 왜 이래요? 어디 편찮으셨어요?"
"아니다, 늙어서 그렇지..."
아무래도 아니다 싶었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었다.
생신을 치러드리고 집에 올라온 다음 다음날 아침 동생이 전화를 했다.
"누나, 여기 병원인데 엄마가 어젯밤 응급실에 오셨어."
가슴이 덜컥했다.
"왜? 무슨 일이니?"
"어, 목에서 피가 올라오는데 일단 입원해서 검사를 해봐야 한 대."
세상에, 목에서 피가 올라온다니,,,
갑자기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하고 똑같은 증상이다.
아버진 결국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입원하신 엄마.
알고 보니 일주일전 똑같은 증상으로 동네 병원에 혼자 다니셨단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엄마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때마침 동생은 방학을 맞아 동료선생 가족들과 강원도 휴가중이라
아들식구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연락도 않은 것이다.
물론 딸인 나한테까지도.
다행히 며칠 치료를 받다보니 증상이 사라져 그냥 넘어 가려던 차에
일주일만에 똑같은 증상이 되풀이되었던 것이다.
딸이라서 그랬을까?
나는 엄마의 입원소식을 듣고도 곧바로 달려가지 못했다.
엄마 곁을 올케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덜된 탓도 있겠지만
딸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은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이다.
검사결과 엄마의 병명은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세포가 늘어나서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병이었다.
감기에 걸려 기침만 크게 해도 핏줄이 터져 객혈을 하게 되고
객혈이 심하면 기도가 막혀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병이었다.
엄마에게는 차마 사망 운운 할 수 없었다.
동생이나 나나 그저 안정하면 괜찮다는 말씀만 드렸다.
검사가 끝나고 증상도 가라앉아 엄마는 나흘만에 퇴원을 하셨다.
그리고 그 다음주 평소 심장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날
다시 병원을 찾으시게 되었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