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子의 이름으로♣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bell-10 2003. 9. 23. 18:16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각각 아들과 딸의 엄마라는 차이뿐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우리집 경우를 들어보자.

멀리 떨어져 살고 시댁과 친정이 한 도시에 함께 있는 탓도 있겠지만
친정일로 친정에만 가는 일은 거의 드물다.
친정아버지 기일이나 엄마 생신 때에도 반드시 시댁부터 다녀서 가야만 했다.

지금에야 말이지만 결혼 20년동안 시어머니 모르시게
친정만 다녀온 일을 손꼽아 보면 손가락이 반이상 남을 정도다.
그것도 아이들 어릴 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해서
행여 아이들이 불쑥 말해 버릴까봐 꿈도 못 꾸던 일이다.

시댁을 경유해서 시어른의 허락을 얻은 후 친정엘 가도
친정어머닌 늘 조바심을 하셨다.
"나는 괜찮다. 시어른들과 조금이라도 더 있어라.
힘든 동서일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가거라."
맏며느리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사는 딸을 대신하여
친정엄마의 마음이 더 미안하신게다.

그래서 늘 친정엔 시댁일이 다 끝나고 집으로 올라오기 전날 밤에야 가게 된다.
다음날은 일어나 올라오기 바쁘니 친정은 여관처럼 잠만 자고 오는 꼴이다.
그 밤이 아쉬워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날이 훤해질 때가 많았다.

명절이 되어 시누이들이 친정을 찾아오면 며느리들도 친정엘 가야 하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며느리 친정보내기에 인색하시다.
아들딸 며느리 사위 모두 당신이 차지하고 싶으시다.
당신도 시어머니 이전에 분명 며느리며 딸이셨을텐데
며느리 맘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아 야속할 때가 많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두분 다 오래동안 지병이 있으시다.
시어머니 곁에는 시아버지가 계시고 며느리 손자손녀까지 함께 있는데도
떨어져 사는 아들 딸 사위까지 시시때때로 찾아주기를 은근히 바라신다.

편찮으셔서 바깥 출입을 못하시니 어찌 사람이 그립지 않으실까만
시중드는 며느리 힘든 것은 안중에 없으신지 자식들이 더 자주 찾아주길 바라신다.
물론 자식된 도리로 당연히 찾아 뵙는게 도리이다.

자식이 일곱이다보니 우리 동서는 사흘이 멀다하고 손님을 맞아야 한다.
어머님 병간호만도 힘이 들텐데 문병 손님까지 맞아야하니 얼마나 힘이 들까.
그게 다 맏며느리인 내 일인데 힘들단 말없이 묵묵히 살아주는 것이 너무나 고맙다.

반면 친정엄마는 늘 혼자 계시면서도 딱 둘뿐인 자식이 찾아오는 걸 극구 말리신다.
"니네 바쁠텐데 오지 말어라. 난 괜찮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엄마.

엄마의 만류에 우리끼리 편하게 한주 한주 미루다보면 몇 달이 가버린다.
그러다가 자주 찾아뵙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잘 계신다니 잘 계시겠지,,,하다가 한참만에야 뵙게 되면
엄마 얼굴이 많이 상하신걸 보고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자식들만 생각하는 친정엄마와 당신만 생각하시는 것 같은 시어머니.
두분이 다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 다음에 계속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