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子의 이름으로♣

건강검진 미루지마세요

bell-10 2003. 8. 4. 09:09

오십이 가까운 나이가 되도록 아이 낳은 일 말고는
크게 병원신세를 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는 감기가 친구를 하자고 자주 덤벼들었다.

감기를 달고 사는 건 그만큼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니
종합검진을 한번 받아보라며 채근해준 친구 덕에
별 생각 없이 올해 1월 받아보았던 종합검진.

결과를 보러 가던 날 적잖이 긴장이 되었다.
검진결과를 보니 나이가 있어 걱정되던 골다공증은 정상인데
엉뚱한 데서 이상이 있다고 나왔다.
소변에서 발견된 적혈구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결과를 알려주던 의사에게 그런 증상이 왜 나타나느냐고 물었더니
신장 결석에서부터 암까지 여러 원인이 있으니 큰 병원을 찾아보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이상 없던 소변에 적혈구가 가득하다니....
도대체 무슨 병일까???

다음날로 큰 병원을 찾아갔다.
신장내과 전문의가 정밀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거의 하루를 굶은 후 검사를 받았다.
신장조형촬영이라는 검사였다.

다행인지 검사결과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담당의는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며 약 복용과 함께
한달에 한번 정기적인 소변검사를 받도록 처방을 했다.

한 달 후 검사에서 몰라보도록 적혈구 수치가 낮아져 안심을 했는데
다음달은 또 수치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 다음달은 아예 없어졌다가 또 그 다음달은 조금 나타나는 등
들쭉날쭉 소변 마음대로여서 지금도 계속 관찰하며 의사의 치료를 받는 중이다.

만약 정기검진을 하지 않아 모르고 그냥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담당의 말로는 이십년쯤 지나면 신장이 나빠진다고 했다.
걱정할 병이 아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계속 병원을 다니라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병원을 다니고 있다.

평생 안하고 살던 소변검사를 한달에 한번 꼬박꼬박하고 있으니
아무 자각증상이 없어 지나칠 조그만 이상도 금방 발견이 된다.
얼마 전에는 소변에서 세균이 발견되어 항생제 치료를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 역시 다른 자각증상을 전혀 못 느꼈다.
이렇게 아무 이상을 못 느껴 그냥 지나칠 경우 세균이 신장으로 침범하게 되면
더 심각한 병이 발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받아본 건강검진 덕에 나도 모르는 내 몸의 이상이 발견되어
일찌감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옛말에 '골골 60년'이라고 했다.
병치레가 잦아 오래 살지 못할 거 같은 사람은 생각 밖으로 오래 살고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짐을 말함이다.

“건강검진, 미루지 맙시다.”
요즘의 내 건강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