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친정엄마)♡

아들아, 제발~~!!!!

bell-10 2003. 1. 25. 20:37
『맨날 꼴찌를 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생각다 못해
중간고사를 앞둔 아들에게 말했다.
“이번 중간고사에도 꼴찌를 하면 부자의 연을 끊겠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집에 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시험은 어땠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말하길
“누,,,누구세요??”』

어느 주간지에 실린 이 유머 한 토막을 읽는 순간 바로 우리 막둥이가 떠올랐다.
어쩜 그렇게도 공부가 하기 싫을까,,,,
그래도 우리 막둥이, 주간학습지를 세과목이나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해온 한자는 워낙 건성이라 제대로 아는 글자가 없다.
그렇지만 학교공부와 무관해선지 안하겠다는 소리 한번 없이 지금껏 하고 있다.

초등 3학년부터 정규과목으로 배우는 영어는 얼마나 못했으면
5학년 때 저 스스로 배우겠다는 말이 나왔을까.
에이비씨도 모르던 녀석이 요즘은 문장을 더듬거리며 읽고 있다.
뜻을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하다.

문제는 수학이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뭘 하는지 수학점수가 형편없다.
옛날 같으면 낙제를 몇 번이나 하고도 남을 점수를 받아온다.

안되겠다 싶어 일 년 전부터 3학년 과정부터 새로 시작했는데
예비 6학년인 지금 겨우 4학년 과정을 마칠 정도다.
학습지가 대부분 완전히 알고 넘어간다는 명목으로
두세 번 이상 반복해서 풀어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니
공부라면 십리 밖으로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녀석이 얼마나 하기 싫었을까.

며칠 전 학습지 선생님 방문 하루 전날 저녁 드디어 일이 터졌다.
일주일동안 세과목 모두 단 한문제도 풀지 않은 것이 발각되었다.
그래 놓고도 뻔뻔스럽게 하는 말이 “내일까지 다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녀석아, 그렇게 빨리 해치우다보니 틀린 답이 많아지잖아!!”
한마디만 하고선 더 이상 말을 않고 먹던 밥을 마저 먹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혼찌검을 내고 빨리 하라고 호통 쳤을 텐데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보기로 했다.
벼락같이 화낼 줄 알았던 에미가 잠시 잠잠하니 녀석도 긴장하는 눈치였다.

저녁밥을 다 먹은 녀석에게 학습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가져온 세과목 모두 반으로 쫙쫙 찢어버리며 말했다.
“이제 공부 하지 마!!”
“이제 너하고 난 남남이야. 앞으론 절대 말 걸지 마!!”

에미 태도가 너무나 단호해 보였던지 아무 말도 못 거는 아들.
어쩌나 두고 보았는데 닷새가 지나도록 “앞으로 안 그럴게요”라든지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도 없고 편지도 한 장 없는 괘씸한 녀석.
그래서 닷새 동안 아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남남처럼 지냈다.

그런데 어젯밤.
우연히 아들의 일기장을 뒤져보게 되었다.
내가 학습지를 찢은 다음날 일기에는
찢어진 걸 하나하나 붙여 선생님 오시기전에 다 풀었다고 적혀있었다.
어쭈구리!!!

그런데 어제 일기에는 손에 가시가 찔렸다고 적혀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퇴근해 들어온 에미를 보자마자 가시 빼달라고 했을 텐데
아무 내색도 않아 몰랐던 것이다.

자는 아들 녀석의 손 여기저기를 살펴보니 혼자서 가시를 뺀다고 애를 썼는지
껍질이 벗겨져 빨간 부분이 보이는 것이었다.
‘불쌍한 녀석, 공부가 무어라고, 건강하기만 해다오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오늘 아침 가시를 핑계로 아들과 다시 말을 했다.
이번엔 정말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또 다시 일이 글러져버렸다.
‘아들아, 제발!! 일등은 바라지도 않는다.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해줄 순 없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