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이름... ♡
올케와 시누이
bell-10
2000. 10. 4. 00:31
10월의 첫날 올케의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전해들었다.
벌써부터 많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워낙 멀리 살다보니 병문안 한번 가보지 못했는데
그만 덜컥 세상을 뜨신 것이다.
아이들 핑계로 남편만 문상을 갔는데 착잡한 심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올케도 나와 마찬가지로 형제가 남매 밖에 없다.
나는 남동생이 있는데 비해 오빠가 있다는 것이 다르다.
또 나와는 달리 친정 가까운 곳에서 사니
조금은 자주 가 볼 수 있었겠지만
동생이 워낙 처가 일을 등한시한다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내동생은 엄마를 모시지 못하는 미안함을
장모님에게도 별로 살갑지 않은 걸로
스스로 보상하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딸인 올케의 마음은 그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느꼈을 것이다.
오히려 시어머니인 우리 엄마가 아들 몰래 며느리에게
친정엄마를 챙기라고 하실 정도이다.
동생은 내가 보기에도 술 좋아하는 그 한가지 빼면
매사에 가정적인 사람이고 교직에 있으니
사리분별도 흐리지는 않은 것 같은 데
유독 처가 일에만 처신을 잘못하고 있다.
나도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여자들이 다 그렇듯
시집식구들 앞에서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의심도 했는데
엄마가 동생에게 직접 들으셨다니 틀린 이야기는 아닐 거다.
엄마말씀에 의하면 동생이 올케와 결혼을 생각하고
맨 처음 우리 집에 인사시키러 왔을 때
내가 올케에게 준 인상은 두려움 그것이었다고 한다.
나이 차도 많은데다 원래 내 말투가 딱딱하고
인상도 푸근하지 않은 탓도 있었겠지만
동생의 부인이 될 사람이라 정말 냉정하게 뜯어보고 이야기했던 기억은 있다.
그 자리에서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학도 못 가고
서울에서 몇 년 혼자 했다는 직장생활도 못 미더웠고
이마 한가운데 있는 상처도 뭔가 마뜩찮았고....
지금은 기억도 희미하지만
어쨌든 후한 점수를 주잖고 반대의견을 내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동생이 좋아 할 수없이 결혼을 했으니 이젠 내식구다 싶어
만나면 말이라도 더 따뜻이 한다고 애는 썼지만
올케나 나나 첫인상이 서로 좋잖아 살갑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더구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식구들이 북적거리는 큰일이 아니면 대면할 기회도 없어
그냥 무덤덤히 살아왔다.
그런 올케가 우리 친정식구가 된지도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다.
그사이 남매도 낳아 기르고 동생이 교사다 보니
진짜 '사모님'소리를 들으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알뜰하게 살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한정이 없어
혼자계신 엄마께 더 잘해드리지 않는 것 같아
나로서는 불만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시부모님께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하니
같은 며느리 입장에서 이해할 수 밖에.
시누이가 올케에게 할말 다하고 살면
그 여파는 시어머니에게로 간다는 말이 있다.
내가 혹 말 한마디라도 섭섭하게 하면
우리 엄마가 올케의 눈총을 받으실까봐 저절로 조심하게 된다.
올케나 나나 다 남의 집 며느리로 생각해보면
나보다는 우리 올케가 훨씬 시댁에 잘하고 있다.
물질적인 것은 물론 엄마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해주는 올케가 고맙다.
오죽하면 시집이 몸서리 쳐져
'시'자 달린 건 다 싫어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이제 한 분 남아 계시던 친정엄마 마저 잃은 올케가 안쓰럽다.
아직 연세도 많지 않으신 분인데 어쩌다가....
여자는 부모님 안 계시면 친정도 없다던데.....
지금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며 하염없이 통곡하고 있을 우리 올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을 떠나시는 그 분의 명복이나마 멀리서 빈다.
이젠 정말 올케에게 더욱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
올케,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