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子의 이름으로♣

싼 게 비지떡

bell-10 2002. 10. 7. 21:16
주변에서 트럭을 이용해 야채나 과일을 파는 상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사무실도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이런 트럭이 자주 지나다닌다.
일을 하다보면 뒤늦게 뛰어나가 놓치기 일쑤지만 운 좋게 맞닥뜨릴 때도 있었다.

한번은 양파를 파는 아저씨를 만났는데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나 구경함직한
거대한 양파 한 자루를 정말 싼 가격에 사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몇 달 전에 산 그 양파를 지금까지 먹고 있으니 얼마나 큰 자루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약오르는 일이 있었다.
지난 여름 사무실에 있는데 "수박 한통에 오천원~~" 하는소리가 들렸다.
웬만한 수박은 만원이상 하던 때라 귀가 솔깃해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트럭에 수박이 가득했는데 오천원 짜리는 그중 제일 작았다.
우리 다섯 식구가 한번 먹기도 적은 듯하여 팔천원 짜리를 샀다.
그 아저씨 말이 시중에서 만이천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먹어보면 알겠지만 맛도 좋다고 자랑했다.
"맛없으면요?"
"바꿔줍니다요~~"

이 동네에 단골로 오는데 거짓말하겠느냐는 그 아저씨 말을 믿고 두 통이나 샀다.
그런데 내가 산 그 수박을 본 사무실 직원들이 한결같이
값에 비해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은근히 속이 상했는데 집에 와서 잘라보니 껍질이 두껍고
단맛이 적은 것이 그야말로 '싼 게 비지떡'이 따로 없었다.
다시는 그 아저씨 물건을 안 사는 것은 물론 마주치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려고 마음먹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다시 그 아저씨를 만났다.
사무실에 있는데 "거봉포도 한 상자에 사천원, 육천원~~~"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에 아주 싸게 산 것도 칠천원이었고 애들이 워낙 포도를 좋아해
아무 생각없이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그런데 바로 그 아저씨였다.
수박 일이 생각나 사고 싶지 않았지만 열어 보여주는 포도상자에는
싼값치고는 제법 괜찮은 포도알이 가득해 보였다.
두고 먹을 생각으로 조금 더 좋아 보이는 육천원 짜리로 두 상자씩 샀다.

여름에 있었던 수박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랬느냐며 천원을 깎아주어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상자를 끝까지 열어보니 역시나 비지떡이었다.
위에 얹혀 있는 것만 싱싱해 보이지 아래에 있는 것은 엉망이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해 일반 포도알 굵기만 한 것이 반 이상 섞여있었고
군데군데 얼룩덜룩 반점까지 찍혀있었다.

더구나 물에 살살 씻었는데도 포도알이 주루룩 다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걸 한 상자도 아니고 두 상자나 샀으니,,,,
이래서 옛날 어른들이 '물건 잘 모르겠으면 비싼 것을 사라'고 하시나 보다.

내 두 번 다시는 그 아저씨에게, 아니 겉만 번드르한 것에 속지 않으리,,,,,,,,,,,
딴 데 아끼면 아꼈지, 먹거리는 꼭 좋은 걸로 고르고 골라 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