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친정엄마)♡
딸 아이의 남자친구
bell-10
2000. 9. 6. 07:00
지금 고3인 큰 딸아이에게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소위 애들이 말하는 캠퍼스커플인데
첨에는 그 친구가 딸아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우리 딸이 더 빠져있는게 아닌가 해서 걱정이 됩니다.
엄마인 저도 그런 여고시절이 있기에 많이 이해해주려고 노력은 합니다.
다행히 그 친구를 사귀고부터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특별히 말리지는 않게 되더군요.
만약 공부에 지장이 있었다면 그냥 두고보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 준비로 바쁠텐데도
밤늦게(거의 자정이 가까워) 휴대폰으로 서로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볼 땐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합니다.
언젠가 한번 그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싫다는 걸 보니 친구이상의 감정이 있는 것도 같고요.
딸을 가진 엄마는 아들 가진 엄마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분명하지만
무조건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니 아이만 믿을 수 밖에요.
같은 학교에서 매일 보는데도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전화 한번 붙들면 한시간도 족히 재잘대고 있는 딸아이를 보며
'그래, 그때가 좋을 때다'란 생각을 합니다.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세월이 이렇게 흐르고 나니 모든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가끔씩 제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제딸이 이렇게 커서
제가 지내왔던 순간들을 하나씩 겪는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아무튼 생각이 복잡합니다.
한번은 남편이 전철에서 딸아이를 만났는데
같이 내리지 못하고 한 정거장 더 갔다왔다는 게 아니겠어요?
왜냐고 했더니 남자친구인듯한 아이와 같이 있길래
민망해서 그랬다는 겁니다.
하도 기가 막혀서 "아빠가 뭐 그래요? 같이 데리고 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던지 하지"라고 하고선
딸아이에게도 아빠가 그랬단다 했더니 아이 역시 아빠는 이상하다는 겁니다.
아는 척하면 어때서 그러냐고요.
남편도 아마 딸애가 이만큼 컸으니
남자친구를 친구이상으로 여겼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가 봅니다.
야간자율학습하고 집에 오면 밤 10시가 훨씬 넘는데
우리 딸 보다 더 멀리 사는 그 친구가
꼭 집앞까지 데려다주고 가는지 저도 한번은 마주쳤답니다.
밤늦게 쓰레기를 버리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그곳에 우리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있었어요.
반가워서 이제 오냐고 하면서 저는 나가고 딸아이는 탔는데
얼핏 어떤 남학생이 돌아서 가는 게 보이더군요.
순간적으로 '아 저 앤가 보구나' 생각하고 뒤따라가는데
그 학생이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돌아서서 꾸벅 인사를 하는 게 않겠어요?
"누군데?.."하며 말끝을 흐렸더니
"저 금지 친구 000입니다"라며 말하더군요.
"아 그러니? 우리 금지 데려다 주러 왔구나. 고맙다.
집이 멀다던데 빨리 가야지"하는 말이 저도 모르게 줄줄 나왔습니다.
이 순간적인 순발력이라니....
황급히 돌아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보면서
괜히 제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지금의 남편을 친구처럼 만나 결혼까지 한 사이라
사람일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1학년이던 남편과 처음 사귈 때
제 남편도 정반대 방향인 저의 집까지 항상 바래다주었습니다.
(동갑인 남편은 저보다 한 학년이 늦답니다. 재수생이라서요)
그러다가 어느 날 조금 늦는 딸이 걱정되어 마중 나오신 우리엄마에게 들켰죠.
그때 놀라서 동그래지시던 엄마의 눈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저의 엄마가 그 당시 무척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
단순히 남자친구사이였던 남편을 집으로 데리고 오게도 하셨고
잘 대해주셔서 지금도 남편은 장모님을 좋아합니다.
우리엄마가 심심하면 하시던 말씀이
"아, 저 쬐끔한게 걸어오기에 이름을 부르려고 막 다가서는데
뒤에 웬 장대 같은 머슴애가 따라 오잖아? 혼줄을 내주려고 했는데
가만 보니 잘 아는 사이 같더라"입니다.
저도 그날 엄마가 마중 나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라 말씀드리지도 않았거든요.
딸아이와 그 남자친구를 생각하다보니 이십오년전 남편과 처음 만나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날도 바로 9월의 어느 날이었거든요.
오늘도 저의 딸아이는 그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엄마로서는 그저 둘의 만남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랄 뿐입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소위 애들이 말하는 캠퍼스커플인데
첨에는 그 친구가 딸아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우리 딸이 더 빠져있는게 아닌가 해서 걱정이 됩니다.
엄마인 저도 그런 여고시절이 있기에 많이 이해해주려고 노력은 합니다.
다행히 그 친구를 사귀고부터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특별히 말리지는 않게 되더군요.
만약 공부에 지장이 있었다면 그냥 두고보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 준비로 바쁠텐데도
밤늦게(거의 자정이 가까워) 휴대폰으로 서로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볼 땐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합니다.
언젠가 한번 그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싫다는 걸 보니 친구이상의 감정이 있는 것도 같고요.
딸을 가진 엄마는 아들 가진 엄마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분명하지만
무조건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니 아이만 믿을 수 밖에요.
같은 학교에서 매일 보는데도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전화 한번 붙들면 한시간도 족히 재잘대고 있는 딸아이를 보며
'그래, 그때가 좋을 때다'란 생각을 합니다.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세월이 이렇게 흐르고 나니 모든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가끔씩 제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제딸이 이렇게 커서
제가 지내왔던 순간들을 하나씩 겪는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아무튼 생각이 복잡합니다.
한번은 남편이 전철에서 딸아이를 만났는데
같이 내리지 못하고 한 정거장 더 갔다왔다는 게 아니겠어요?
왜냐고 했더니 남자친구인듯한 아이와 같이 있길래
민망해서 그랬다는 겁니다.
하도 기가 막혀서 "아빠가 뭐 그래요? 같이 데리고 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던지 하지"라고 하고선
딸아이에게도 아빠가 그랬단다 했더니 아이 역시 아빠는 이상하다는 겁니다.
아는 척하면 어때서 그러냐고요.
남편도 아마 딸애가 이만큼 컸으니
남자친구를 친구이상으로 여겼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가 봅니다.
야간자율학습하고 집에 오면 밤 10시가 훨씬 넘는데
우리 딸 보다 더 멀리 사는 그 친구가
꼭 집앞까지 데려다주고 가는지 저도 한번은 마주쳤답니다.
밤늦게 쓰레기를 버리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그곳에 우리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있었어요.
반가워서 이제 오냐고 하면서 저는 나가고 딸아이는 탔는데
얼핏 어떤 남학생이 돌아서 가는 게 보이더군요.
순간적으로 '아 저 앤가 보구나' 생각하고 뒤따라가는데
그 학생이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돌아서서 꾸벅 인사를 하는 게 않겠어요?
"누군데?.."하며 말끝을 흐렸더니
"저 금지 친구 000입니다"라며 말하더군요.
"아 그러니? 우리 금지 데려다 주러 왔구나. 고맙다.
집이 멀다던데 빨리 가야지"하는 말이 저도 모르게 줄줄 나왔습니다.
이 순간적인 순발력이라니....
황급히 돌아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보면서
괜히 제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지금의 남편을 친구처럼 만나 결혼까지 한 사이라
사람일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1학년이던 남편과 처음 사귈 때
제 남편도 정반대 방향인 저의 집까지 항상 바래다주었습니다.
(동갑인 남편은 저보다 한 학년이 늦답니다. 재수생이라서요)
그러다가 어느 날 조금 늦는 딸이 걱정되어 마중 나오신 우리엄마에게 들켰죠.
그때 놀라서 동그래지시던 엄마의 눈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저의 엄마가 그 당시 무척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
단순히 남자친구사이였던 남편을 집으로 데리고 오게도 하셨고
잘 대해주셔서 지금도 남편은 장모님을 좋아합니다.
우리엄마가 심심하면 하시던 말씀이
"아, 저 쬐끔한게 걸어오기에 이름을 부르려고 막 다가서는데
뒤에 웬 장대 같은 머슴애가 따라 오잖아? 혼줄을 내주려고 했는데
가만 보니 잘 아는 사이 같더라"입니다.
저도 그날 엄마가 마중 나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라 말씀드리지도 않았거든요.
딸아이와 그 남자친구를 생각하다보니 이십오년전 남편과 처음 만나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날도 바로 9월의 어느 날이었거든요.
오늘도 저의 딸아이는 그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엄마로서는 그저 둘의 만남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랄 뿐입니다.